사이트맵

여러분, 저 출판사 차렸어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즘 너무 바빠서 블로그를 전혀 못했네요ㅠ 왜 바빴냐면 제가 출판사를 차렸기 때문입니다.. !! 맞아요.. 에이전시에서 하도 데뷔를 안 시켜줘서 직접 데뷔했습니다..ㅋㅋ 이번에 세우게 된 출판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입니다. 바다와 사랑에 빠진 어느 생물학도와 함께 공동 대표로 만들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전할게요! @seoseojae 입니다:) 국내외 바다 환경 도서 리뷰와 독립출판사 운영에 관한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내용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종종 소식 남기겠습니다! 아마 다음번에 블로그에 글을 정리할 때는 독립출판사를 세우고 운영하고 키운 ..

공지 2022.05.08 0
<서서재의 진화하는 책상> 사이트맵입니다:)

안녕하세요. 을 운영하는 서서재입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드문드문 올리기만 하다가 하루에 포스팅을 한 개 이상 하자고 마음먹으면서 블로그를 다시 살리기 시작한지 벌써 보름이 되었네요. 덕분에 차근차근 구색을 갖춰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포스팅 개수가 70개를 넘어서고 있는데,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이 조금 더 쉽게 원하시는 컨텐츠에 접근하실 수 있었으면 해서 오늘은 사이트맵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쭉 훑어보시다가 원하는 내용을 발견하시면 링크를 타고 들어가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오늘도 제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읽을거리 1. 번역 이야기 요즘 제가 주력하고 있는 컨텐츠입니다. 번역가의 시간관리 방법이나 번역가의 척추를 보호하기 위한 데스크 셋업 같은 소소한 팁들부..

공지 2021.07.18 0

부닥치며 배우는 출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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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이 새옷을 입고 다시 출간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입니다. 작년 말에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을 전국 도서관에 납품하면서 품절이 된 이후로 시간이 벌써 많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 책을 찾으신 분들이 계셨는데 증쇄를 바로 찍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 이 책에 어떤 종이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표지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월이 되었네요. 이번에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은 맨드라미 디자이너님(@mandramibook)의 작업으로 훨씬 맵시 있고 예쁜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568쪽이나 되는 두께에도 내용이 무겁거나 학술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조금 더 재치있게 다가오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 마이클 스타코위치 교수님의 깨알같은 농담(..

20221119 폰트의 두께는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

서점에서 레퍼런스로 사용할 독립출판물을 열심히 뒤적여보면서 든 생각인데, 폰트가 얇고 가늘수록 뭔가 중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다거나, 글쓴이가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거나, 혼잣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디스플레이로 볼 때는 울트라라이트 두께의 글씨가 뭔가 세련되고 맵시있어 보여서 나도 얇은 폰트에 욕심을 내곤 했었는데, 인쇄물로 확인해 보니, 일정 두께 이상은 되어야 자신감 있어 보이고 또박또박 잘 들리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글씨의 두께는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고나 할까... 너무 얇은 폰트는 아무리 인상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더라도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뭔가 힘 없고 희미하게 들릴락말락 이야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된다.

20221119 면지는 책을 열고 닫는 커튼과 같다.

나는 면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의 인상과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표지의 색상이 절제되어 있어도 면지의 색감이 뚜렷하면 전체적으로 짙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듣고 물도깨비 작가는 책의 앞뒤에 넣어지는 면지가 막을 열고 닫는 커튼과 같다고 말했다. 좋은 비유인 것 같다. 면지가 없는 책도 그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면지를 넣지 않은 것이겠지만(아니면 비용적인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면지가 있으면 커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 내용물/작품의 무게감을 더 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커튼이 없으면 권위적인 인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면지는 보통 색지 면지를 베다로 프린트한 제물 면지보다 높게 쳐주지만, ..

20221119 책을 만들 때도 실물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

책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내가 구상한 것이 책의 형태로 출력되고 제책되었을 때 어떤 모양이 되고 어떤 느낌과 효과를 줄지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가제본을 뽑아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디자인이 완성됐을 때 세부적인 사항들을 교정하기 위해서 확인차 뽑아보는 의미이고, 제작과정에서 일일이 가제본을 만들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실물 레퍼런스 도서가 많이 필요하다. 내가 만드려고 하는 사이즈의 책, 내가 써보고 싶은 폰트를 쓴 책, 내가 도판을 배치하고 싶은 방식의 그리드를 적용한 책, 내가 만드려고 하는 책의 두께감을 가지고 있는 책, 내가 써보고 싶은 종이를 쓴 책, 가로로 넘기면서 읽다가 세로로 돌려서 읽기도 하는 독서방향을 미리 적용한 책 등등... 이런 레퍼런스 ..

20221119 여백은 액자와 같다.

책 내지의 여백은 액자와 같다. 여백을 아까워해선 안 된다.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은 인쇄가 된 것이 없을 뿐 그 자체로 액자와 같이 내용물을 감싸 안아서 시선을 안배하고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도판을 넣을 때 이는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 그림이나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 가득 베다로 채우는 경우에 사진이 커지는만큼 독자에게 더 강조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러면 액자가 사라져서 사진이 책에서 가능한 가장 큰 크기로 삽입됨에도 배경이 되어버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진에 주목하세요, 잠시 멈춰서 이 사진을 감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액자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렇게 베다로 들어간 사진을 '감상용' 사진이라고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 | 바다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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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석유 비축용 대형 탱크나 시멘트 몰탈 고체화를 통해 육상에 반영구 격리해야 한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현에는 130만 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녹아내린 원자로 건물에는 지금도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어 여전히 새로운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천 개가 넘는 탱크에 보관된 이 오염수를 대충 거르는 시늉만 한 뒤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절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우리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위험한 사람들에게서 발언권을 빼앗아야 합니다. 방류만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며 그들이 짜놓은 판에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논쟁의 프레임을 짜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해양 방류에 단순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

롯데는 물탱크에 10년째 감금한 흰 돌고래 벨라의 방류 약속 즉시 이행하고 환경단체에 대한 겁박식 고소를 즉각 취하하라

지금도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북극해에서 납치되어 끌려온 벨루가(흰 돌고래) ‘벨라’가 10년째 소형 물탱크에 감금된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쿠아리움’이라고 하면 자연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이 모방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벨라가 갇혀 있는 곳은 이러한 상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안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래도 없고, 해초도 없으며, 하다못해 바위도 없습니다. 벨라의 황량한 ‘아쿠아리움’은 그야말로 물탱크나 다름없습니다. 야생의 벨루가는 1,000m 수심까지 잠수하기도 합니다. 장거리를 이주하는 시기에는 2,000km를 헤엄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 아쿠아리움의 깊이는 7.5m밖에 되지 않습니다. 벨라의 몸길이가 4m정도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주도 비자림로 확장 공사 중단을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 [비자림로공사중단챌린지]

지난 주 목요일, 저는 제주도 비자림로에 다녀왔습니다. 비자림로 공사 중단 챌린지를 이어 받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 그동안 챌린지에 참여하지 못했던 부채감을 무겁게 안은 채였죠. 현장에 가보니 곳곳에는 전기톱으로 난도질당한 나무들이 시체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찢어진 나무 조각들이 마치 살점처럼 보였고, 다 뒤집어엎어진 흙 위로는 벌써 도로 포장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무효 재판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새벽에 기습적으로 시작된 벌목의 현장이었죠. 사실 비자림로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습니다. 막히는 도로가 아닌데도 도로를 확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순으로 범벅되어 있는 이 공사가 무수히 많은 반대와 세 번에 걸친 공사 중단에도 다시 강행되는..

고래를 죽이면 바다도 죽는 이유 1 - 대양을 넘나드는 영양소의 운반자, 고래

🧑‍💻 안녕하세요!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의 번역가 서서재입니다:) 지난 주에는 일본 포경 산업의 역사를 다루는 논문을 정리해보았는데, 다음에 정리할 자료를 찾다가 일본 IWC 대표단이었던 고마쯔 마사유끼의 『고래는 잡아도 좋다』(한국수산신보사, 변창명 옮김)를 읽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담긴 포경 찬성론의 주장들이 너무 기절초풍할 정도로 이상하고 뒤틀려 있어서 여러분들께 꼭 소개를 하고 싶었는데, 일단 그 전에 고래를 왜 절대로 죽이면 안 되는지 공부를 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틈틈이 고래가 해양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들을 하나씩 정리해 오려고 합니다:) 연말에 텀블벅을 할 예정인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은 이제야 비로소 번역이 끝나서 교정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ㅠㅠ..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6 - 일본 국민들이 고래사냥을 옹호하는 이유

2011년에 일본 AP 뉴스는 고래사냥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상업 포경과 고래 사체 유통/판매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2%의 일본인은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관심 없다/상관 없다’는 응답은 35%, ‘반대한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로 고래 사체를 즐겨 먹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의 분포는 이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래 사체를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12%밖에 되지 않았으며, 66%는 고래 사체를 먹을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포경 반대 운동 단체 IKAN은 2010년을 기준으로 일본인의 실제 고래 사체 소비량은 1인당 23.7g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이는 해산물 29.6kg/명이나 기타 육류 29.2kg/명에 비하면 티끌만..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5 - IKAN과 시셰퍼드, 일본에 대항하여 반포경 운동을 벌이다

서구에서는 그린피스나 시셰퍼드가 국제여론을 주도하며 적극적인 반포경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내부에 고래잡이에 반대하는 NGO는 거의 없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일본 지부도 고래잡이에 관해 보도하는 일이 드물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 이루카 앤 쿠지라 행동 네트워크The Iruka & Kujira Action Network (IKAN; IKA-Net으로 줄이기도 함 — 옮긴이)’는 몇 안 되는 일본의 고래잡이 및 돌고래 학살 반대 단체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 IKAN 홈페이지: http://ika-net.jp/en/ Iruka & Kujira Action Network ika-net.jp 1996년에 IKAN의 활동가들은 일본 시즈오카현 후토에서 이루어진 불법 돌고래 사냥을 ..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4 - 일본이 IWC에 남았던 이유와 결국 탈퇴한 이유

상업포경 금지조치가 최종 결정된 이후에 일본은 몇몇 포경국가와 마찬가지로 IWC를 탈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IWC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IWC 가입이 전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국제 규범을 존중하고 따르는 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학 조사’ 명목으로라도 남극에서 고래를 잡으려면 IWC 회원국 지위가 있어야만 했는데, IWC를 탈퇴하면 그것마저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후에 다시 모라토리엄 해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축적해 놓아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도 남극에서의 포경은 중요했다. 더 나아가, 남극에서의 포경은 남극해에서 일본의 해상 지배권을 확보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3 - 상업 포경 금지 조치에 반기를 들다

🧑‍💻 뉴스펭귄(@news.pengui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열린 국제포경위원회 68차 총회에서 중남미의 앤티가바부다가 상업적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와 감비아, 기니 공화국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배후의 흑막으로 일본이 지목되고 있는데, 일본이 이렇게 IWC 회원국들을 이간질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 포스트에서 그 과거를 알아보겠습니다. 📖 고래의 개체수 붕괴에 대한 국제포경위원회의 대응은 처음에는 어획량 쿼터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IWC는 실질적으로 보호 효과가 있을 정도로 낮은 어획량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결정된 어획량에 도달하기 전에 서로 더 많이 잡으려고 내달리는 기현상을 낳게 되었다. 어획량 제한으로 ..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2 - 고래 보호의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다

"86년도에 상업적 고래 사냥 금지 조치가 국제적으로 선언되었지만, 대부분의 고래는 아직까지도 개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고래의 생물량은 종전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60년대가 되자 전 세계의 포경산업은 점점 축소되며 사양 산업이 되기 시작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래의 지능에 관한 연구가 속속 등장하면서 고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제 여론은 고래를 잡아선 안 된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미국과 호주, 서유럽에서는 포경 반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1970년에 미국에서는 대형 고래들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고래 사체의 수입과 생산을 금지하는 해양포유류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고래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반대로 나아갔다. 60년대부터 일..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1 - 일본은 왜 IWC에 가입했을까?

🧑‍💻 이번 포스트에서는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와 일본이 그렇게 고래잡이에 집착하는 나라인데도 왜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했는지에 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약 3~4일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데, 너무 일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포스트가 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모두 한국의 고래잡이 현황을 충격적으로 알리기 위한 빌드업이에요.. 📖 “20세기 백 년 동안 포경산업에 의해 사냥 당한 고래는 모두 3백만 마리이며, 이 중 50만 마리가 일본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포경산업이 무차별적으로 고래들을 학살하는 동안 사람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갈렸다. 한 쪽은 고래가 모두 죽어서 멸종하는 것을 걱정했고, 다른 한 쪽은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래들이 보..

세계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 11세기부터 상업적 포경 금지 조치까지

🧑‍💻 안녕하세요 여러분! 한바랄 출판사의 번역가 서서재입니다. 이번에는 고래잡이와 포경산업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와보았습니다:) 이번에 울산에서 여느때와 같이 논란의 고래 축제가 열리기도 했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마침내 가두리 훈련장을 벗어나 바다로 돌아가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고래에 관해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어졌는데, 자료를 찾다보니 국제포경위원회를 둘러싼 포경 산업의 변천사를 통해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를 ‘지속가능하게 잡자’는 목적으로 발족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고래류 보호에 앞장서는 기구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무엇인지 파헤치다 보..

수산업이 물살이를 죽이는 16가지 방법

** 일러두기: 이 논문에서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이 옳은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논문은 동물을 죽일 때 최대한 고통이나 공포 없이 ‘인도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동물 복지의 관점을 대변하지만, 수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잔인한 생명 학대의 실상을 엿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물살이들은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생명을 죽여야만 할 경우에는 대상이 고통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수산업 현장에서 이러한 윤리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무시된다. 현장에서 물살이들은 지극히 잔인한 방식으로 학살당한다. 이제는 어류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방법 1] 공기 중에서 질..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의 간략한 역사 4

2000년대 전후부터는 해양 플라스틱의 운명에 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과연 플라스틱은 ‘분해’될까? 분해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래 분해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서 연구를 진행한 Andrady(2003)는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이 자외선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훨씬 느리게 ‘분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확실히 육지(해변)에 있는 플라스틱은 수면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빨리 바스러졌다. 한편,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플라스틱의 운명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고, 이에 관해 여러 관점이 대립했다. 한 편에서는 심해의 플라스틱이 자외선에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원형이 그대로 보존될 것이라는 주장이 전개되었고(Goldberg, 1997), 다른 한 편에서는 심해의 박테리..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의 간략한 역사 3

남반구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연구가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반구에 플라스틱 오염이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반구의 바닷새 60종 중 40종이 플라스틱을 먹고 있었으며(Ryan 1987a), 플라스틱을 섭취한 새끼들은 플라스틱으로 위장이 채워진 탓에 한 번에 소화시킬 수 있는 양이 적어 훨씬 느린 성장속도를 보였다(Ryan 1988c). 해양 쓰레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짐에 따라 1980년대부터는 이에 관한 국제회의가 점점 많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해양쓰레기의 생애와 영향에 관한 워크숍The Workshop on the Fate and Impact of Marine Debris’(1984)이 있었다. 비록 91%의 참가자가 미국인이고 논의 대상도 북태평양에 치중되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의 간략한 역사 2

1970년대 중반에는 해저면에 가라앉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첫 번째 기록이 세상에 나왔다. Holmström(1975)은 스웨덴 트롤 어선이 해저면에서 매번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라앉는 이유는 부착 생물이 달라붙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표면에 떠다니는 것은 초반 3~4개월 동안이었다. Holmström 이후에도 쓰레기가 부착생물에 의해 가라앉는다는 연구들이 이어졌다. 이어서 플라스틱 부유물이 환경에 끼치는 다른 해악에 관한 연구들도 발표되었다. 그 중 Winston(1982)은 플라스틱이 해양생물의 뗏목이나 서식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는 멀리 떨..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의 간략한 역사 1

해양 쓰레기는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쥘 베른은 이미 1870년에 『해저 2만 리』에서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생생하게 묘사한 바 있다(2부 11장. 사르가소 해). 그러나 해양 쓰레기는 인간이 플라스틱을 발명하면서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60년간 해양 플라스틱에 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각각의 연구가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문제들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60년대에 플라스틱 폐기물에 의한 야생 동물의 얽힘과 섭취 문제를 시작으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70년대에는 공해에 부유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입자들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80년대부터는 실질적인 해변 쓰레기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해양 쓰레기에 관한 관..

해양보호구역을 운영하는 데에 비용은 얼마나 들까?

요약: 과연 전세계 83개 해양보호구역을 운영하는 데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고 있을까? 세계공원총회(World Parks Congress)가 제시한 바와 같이 전체 바다의 20~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면 50억에서 19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약 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큰 비용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오늘날 각국 정부가 수산업에 제공하고 있는 ‘나쁜 수산 보조금’의 총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이러한 비용을 들여서 어획량이 훨씬 증가하고 관광 수입도 생기게 되니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생태계가 회복됨으로써 인류가 얻는 이익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것이다. 오늘날 생태계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상업 어종의 어획량은 ..

해양보호구역의 가면을 쓴 가짜들, 그리고 과장된 통계

현재(2018)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다는 3.6%에 불과하다. UN 생물다양성 협약(CBD)에서는 이 수치를 2020년까지 1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으며, UN 지속가능발전목표14(SDG 14)에서도 이러한 목표치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였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는 30%의 바다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양보호구역이 30% 미만으로 설정된 상태에서는 바다의 종 다양성이 계속 감소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세계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UN 생물다양성협약(CBD)은 2017년에 5.7%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평가했고, 세계자연보전모니터링센터에서는 이보다 높은 수치인 6.97%가 보호구역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양..

해양보호구역을 도입하기 위해 어업인들에게 보조금을 줘야 할까?

어장을 폐쇄하고 해양보호구역을 도입하려고 하다 보면 반드시 지역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을 도입하면 어장이 좁아져 경쟁이 치열해지고, 어업인들은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획량은 단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을 달래기 위해 보상금이 필요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늘날 바다를 죽음에 이른 것은 수산업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상금을 줘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전적인 보상 없이 원활히 해양보호구역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업인 중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마땅히 없어서 할 수 없이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해양보호구역이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가..

해양보호구역은 회유성 어류도 보호할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이 회유성migratory 어류를 보호하는 데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바다를 이동하며 서식하는 어류는 보호구역 안에만 머물러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온대 해역에서는 회유성 어류를 대상으로 한 공장식 어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해양보호구역이 소용없다는 믿음 때문인지 이 지역들에서는 완전 해양보호구역이 거의 도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양보호구역이 여러 바다를 넘나들며 서식하는 회유성 어류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의 습성을 너무나 단순하게 이해한 데서 생긴 착오이다. 회유성 어류도 생애의 일정 기간에는 특정 지역에 큰 무리를 지어 머무른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지역에 보호구역을 설치한다면 회유성 어류도 지켜낼 수 있다. 회유성 어류는 왕성한 이동 활동..

오늘의 번역 일기

[번역 일기] 20220605 바다 환경 전문 출판사를 세우고 환경운동을 하면서 내게 생긴 변화

예전에 저는 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사상이 부족해서, 혹은 모두를 설득시킬 만한 사상이 완성돼 있지 않아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세계적인 사상을 낳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매일매일 저를 채찍질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길은 걸을수록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계속 읽는데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만 더 눈에 들어오고, 외국어를 두 개나 할 수 있게 됐는데도 할 수 있게 된 말보다 못 하는 말 때문에 답답해했죠. 똑똑한 사람을 만나면 기쁘기보다 경쟁심이 먼저 들었고, 그러면서 모순적이게도 저와 뜻이 맞는 사람이 없다며 지독하게 외로워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문제가 제가 공부를 더 하고 더 높은 학위를 따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세계적인 사상가가 ..

[번역 일기] 20210713(1) 필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샘플 번역에 참여했다가 떨어졌습니다. 검토서를 작성하면서 애정을 적지 않게 쏟은 책이었고, 번역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더라구요. 어떤 점에서 제 번역이 부족했을까 궁금하던 차에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피드백을 보내주셨습니다. "철학 에세이 보다는 조금 더 무거운 사회과학 서적 느낌이 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번역을 할 때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표현을 간결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번역을 하다가 도무지 어색해서 제 원래 문체로 초벌 번역을 해놓고 나중에 표현을 다듬자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다가 마감에 쫓기고 제가 살뜰하게 빚어낸 표현들을 너무나 아끼게 된 나머지 문체를 크게 고치지 않고 그대로 제출했죠. 결국 이번 샘플 번역은 문체가 맞지..

번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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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야기] 30. 선배 번역가 탐구 1탄 - 한국 번역사의 시조始祖, 서재필

지금 조선에 제일 급선무는 교육인데, 교육을 시키려면 남의 나라 글과 말을 배운 후에 학문을 가르쳐야 하거늘 교육할 사람이 몇이 못 될지라.그런고로 각종 학문 책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가르쳐야 남녀와 빈부가 다 조금씩이라도 학문을 배울 것이니, 한문을 배워 가지고 한문으로 다른 학문을 배우려 하면 이십여 년이 지나도 그 나랏말 할 사람이 그중에 몇이 못 될지라. - 서재필, 『독립신문』 제2권 제92호, 1897.8.5 - 한국에서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지금이야 매년 출간되는 책 다섯 권 중 한 권이 번역서일 정도로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서 번역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번역이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지금처럼 활발히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예전에는 엘리트들이 한문을 그대로 가져..

번역 이야기 2021.08.09 1

[번역 이야기] 29. 번역은 어째서 이렇게 재미있을까? (ft. 칙센트미하이와 Flow 이론)

와, 여러분. 도대체 번역은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까요? 저는 전업 번역가가 되어 매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만, 직업적으로 매일 반복하는 일이라 지겨워질 법한데도 이상하게 하루하루 번역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즐겁습니다. 음악도 따로 듣지 않고 골방에 혼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며 타자를 열심히 두드리는 게 전부인 일인데, 어떤 텍스트를 번역하더라도 장르에 무관하게 번역은 일단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예전에는 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학자의 길을 걷는 것만 고집했을까 싶습니다. 번역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번역가의 직업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을 보면 다른 번역가들도 번역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

번역 이야기 2021.07.30 2

[번역 이야기] 28. 빌 에반스, 그리고 지난한 데뷔의 강을 건너는 번역가 지망생의 자세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 제 직업을 소개할 때 애매한 점이 많습니다. 아직 역서가 없고 데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 자신을 '번역가'라고 지칭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괜히 '번역가 지망생'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무슨 책을 번역했느냐"라는 질문을 들으면 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데, 한편으론 검토서 작성처럼 번역 에이전시에서 꾸준히 일감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고, 에이전시에서도 저를 '번역가님'이라고 불러주고 있으니 번역가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가 요즘 제가 내린 나름의 타협안은 저 자신을 "소속사는 있지만 데뷔를 못 한 아이돌 연습생 같은 신분"이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TV에는 안 나오지만 지방 행사를 열심..

번역 이야기 2021.07.27 4

[번역 이야기] 27.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③ (작품성을 중심으로)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ssjstudylog.tistory.com/100 [번역 이야기] 26.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② (가독성을 중심으로)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ssjstudylog.tistory.com/99 [번역 이야기] 25.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① - 정확성/충실성/성실성을 중심으로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번역을 ssjstudylog.tistory.com 본 포스트는 『영미영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창비, 2005)에서 나쁜 번역에 관해 묘사하고 있는 문장들을 주제별로 모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좋은 번역을 할 줄 알려면 나쁜 번역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겠죠? 이전 포스트에 이어, 이번..

번역 이야기 2021.07.24 2

[번역 이야기] 26.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② (가독성을 중심으로)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ssjstudylog.tistory.com/99 [번역 이야기] 25.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① - 정확성/충실성/성실성을 중심으로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번역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론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 원본을 똑같이 모사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얼마만큼 원 ssjstudylog.tistory.com 본 포스트는 『영미영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창비, 2005)에서 나쁜 번역에 관해 묘사하고 있는 문장들을 주제별로 모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좋은 번역을 할 줄 알려면 나쁜 번역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겠죠? 이전 포스트에 이어, 이번에도 나쁜 번역 하는 법을 열심히 배..

번역 이야기 2021.07.24 0

[번역 이야기] 25.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① (정확성/충실성/성실성을 중심으로)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번역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론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 원본을 똑같이 모사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얼마만큼 원본을 똑같이 재현해내느냐에 따라 좋은 번역인지 아닌지가 판별될 수 있습니다. 번역이 하나의 세계를 다른 세계에 소개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두 세계의 접점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느냐, 이를테면 도착어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확장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지요. 그런가하면 번역을 비주류 문화가 주류 문화를 거울삼아 자신의 문화적 자신감이나 우월성을 확립하는 행위일 때는 번안에 가까운 창작적 번역이 더 우대받기도 합니다. 포스트식민주의 번역에서 보는 좋은 번역의 기준이 다르고, 페미니즘 번역에서 보는 좋은 번역의 기..

번역 이야기 2021.07.24 0

[번역 이야기] 24. "번역본을 읽을 바엔 원서를 읽겠다구요?" ②

(앞선 글에서 이어집니다) [번역 이야기] 23. "번역본을 읽을 바엔 원서를 읽겠다구요?" ① 얼마 전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걸어 제가 번역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고맙게도 친구가 이런 제 소식을 굉장히 반기더라구요. 다독을 하기로 유명한 친구여서 서로 번역에 관한 ssjstudylog.tistory.com 앞선 포스트에서 "번역서를 읽느니 원서를 읽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심리에는 첫 번째로 "더 좋은 번역을 해주길 바란다"라는 권면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언가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번역가에게 번역본을 읽지 않겠다고 말하다니요! 그러면 다시 한번 벨로스의 「번역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이라는 글로 돌아가 보..

번역 이야기 2021.07.20 0

[번역 이야기] 23. "번역본을 읽을 바엔 원서를 읽겠다구요?" ①

얼마 전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걸어 제가 번역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고맙게도 친구가 이런 제 소식을 굉장히 반기더라구요. 다독을 하기로 유명한 친구여서 서로 번역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제 블로그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번역 일 하는 사람한테 뭔가 미안한 말이지만, 중간에 번역이 끼면 말 그 자체의 느낌이 안 산다고 생각해서 원서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원서로 읽으려고" 이 말을 듣고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친구는 어떠한 의도로 이런 말을 한 것일까요? 원문에 밀착된 좋은 번역을 많이 해달라는 권면의 의도로 남긴 말이었을까요? 그런데 '미안하다'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말을 듣고 번역가..

번역 이야기 2021.07.20 0

[번역 이야기] 22. 글 잘 쓰는 번역가가 되려면 -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조언 (혹은 다짐) ②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번역 이야기] 21. 글 쓰는 번역가가 되려면 -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조언 ① 번역을 잘하려면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외국어 실력이고, 다른 하나는 배경 지식,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한국어 실력입니다. 흔히들 외국어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 ssjstudylog.tistory.com 하지만 일단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것보다 먼저라고 하더라도 순백의 문서 작성 화면이 주는 압박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글'인데 신변잡기식 일기나 메모처럼 쓰는 것은 어쩐지 성에 차지 않고 글쓰기 연습에도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이번에도 같은 책, 『문장의 일』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번역 이야기 2021.07.20 0

[번역 이야기] 21. 글 잘 쓰는 번역가가 되려면 -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조언 (혹은 다짐) ①

번역을 잘하려면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외국어 실력이고, 다른 하나는 배경 지식,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한국어 실력입니다. 흔히들 외국어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세 요소가 1:1:1의 비율로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중에서 한국어 실력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한국어 문법을 공부하고, 좋은 문장 쓰는 법은 연습하고, 한국어로 쓰인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많은 번역가들은 '자기 글을 꾸준히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번역가가 타인의 글을 옮기거나 베끼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고정해놓고 자신의 글을 쓰지 않으면 결국 글과 언어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서 남의 글을 옮기는 것조차 제대로 ..

번역 이야기 2021.07.20 0

[번역 이야기] 19. 『채식주의자』 번역에서 우리가 배우지 말아야 할 것 ① - 원문을 대하는 태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미권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상까지 받았지만 정작 그 영어 번역본은 오역 투성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는 한강 작가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번역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어째서 이렇게 오역 시비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참 아이러니합니다. 과연 어느 부분이 잘못 번역된 것일까요? 이에 관해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코멘트를 남겨 놓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문학동네』에 실린 조재룡 교수의 비평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 비평을 가져온 이유는 우선 조재룡 교수가 개별적인 단어나 표현의 오역을 시시콜콜하게 꼬집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채식주의자』 영어본의 오역은 ..

번역 이야기 2021.07.15 0

[번역 이야기] 18. 번역가의 척추를 부탁해 ③ - 스탠딩 데스크

(이전 글) https://ssjstudylog.tistory.com/74?category=875490 [번역 이야기] 17. 번역가의 척추를 부탁해 ② - 의자 (이전글) https://ssjstudylog.tistory.com/67 [번역 이야기] 16. 번역가의 척추를 부탁해 ① - 모니터&모니터 암 번역은 [...]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중노동이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 ssjstudylog.tistory.com 지금까지 모니터와 모니터 암, 그리고 의자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뭘까요? 바로 책상입니다! 모니터를 시선에 맞추고 고가의 의자를 구매했지만 제 허리는 한동안은 좋아지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책상의 사이즈가 제게 맞지 않는다는 데에..

번역 이야기 2021.07.14 0

[번역 이야기] 17. 번역가의 척추를 부탁해 ② - 의자

(이전글) https://ssjstudylog.tistory.com/67 [번역 이야기] 16. 번역가의 척추를 부탁해 ① - 모니터&모니터 암 번역은 [...]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중노동이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결코 고상하고 우아하고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서계인) ssjstudylog.tistory.com 앞선 포스트에서 모니터와 모니터 암을 이용해서 목에 최대한 부담이 덜 가는 작업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허리를 위해 투자할 차례인데요, 대부분의 작업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만큼 무엇보다 많은 돈이 투자되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의자입니다. 의자 우선 저는 중학생 시절부터 듀오백 의자를 사용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번역 이야기 2021.07.13 0

[번역 이야기] 16. 번역가의 척추를 부탁해 ① - 모니터&모니터 암

번역은 [...]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중노동이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결코 고상하고 우아하고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서계인) 저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공부하는 자세가 매우매우 안 좋았는데요, 그래서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척추 관련 질환을 달고 살았었습니다. 항상 고개를 90도로 푹 숙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던 탓에 목 근육이 경직돼 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편두통이 찾아왔고, 허리가 아파서 카페에서 다섯 시간만 서서 일하고 나면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차도 경계석에 앉아 쉬어야 했죠. 바깥 활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우선 침대에 누워서 허리 찜질을 30분씩 해야 비로소 책상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일상이었습니다. 목과 허리 건강이 갈수록 ..

번역 이야기 2021.07.09 0

[번역 이야기] 15. 슐라이어마허의 '말 잡아 당기기'

근대 철학사에 불후의 업적을 남긴 신학자이자 철학자, 그리고 해석학자였던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는 '번역은 저자를 독자에게 데려가거나 독자를 저자에게 데려가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의 번역론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는데요, 슐라이어마허의 번역론에는 굉장히 재미있는 구석이 있어서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슐라이어마허가 번역을 '저자와 독자가 중간지대에서 만나도록 도와주는 행위'라고 정의하지 않고 어느 한 쪽을 다른 한 쪽에게 데려갈지 양자택일 하는 행위라고 이야기한 배경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자가 사용하는 언어와 독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A라는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저자의..

번역 이야기 2021.07.08 0

[번역 이야기] 14. 구두점의 번역 - 콜론과 세미콜론 ③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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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야기 2021.07.08 0

[번역 이야기] 13. 구두점의 번역 - 콜론과 세미콜론 ② (콜론)

(이전 글) [번역 이야기] 12. 구두점의 번역 - 콜론과 세미콜론 ① https://ssjstudylog.tistory.com/62 [번역 이야기] 12. 구두점의 번역 - 콜론과 세미콜론 ① 원문에는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항상 시선이 타성적으로 문장을 훑지 않도록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면서 건너야 합니다. 일전에 저는 'haven(피난처)'이라고 쓰인 것 ssjstudylog.tistory.com 앞선 포스트에서 콜론은 '설명'을 의미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콜론을 사용함으로써 어떻게 설명하는 효과가 나타나는지 여러 예문을 가지고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펭귄 출판사에서 나온 구두점 사용법 가이드(Trask R. L., 『The Penguin Guide To ..

번역 이야기 2021.07.08 0

[번역 이야기] 12. 구두점의 번역 - 콜론과 세미콜론 ①

원문에는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항상 시선이 타성적으로 문장을 훑지 않도록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면서 건너야 합니다. 일전에 저는 'haven(피난처)'이라고 쓰인 것이 'heaven'의 오자인 줄 알고 '천국'으로 번역해버린 적이 있었는데요, 문맥상 천국으로 번역해 놓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어서 번역문만 보고 검토할 때 오역을 찾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영어 어휘력을 반성하게 된 순간이었지만, 왜 'e'가 빠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반성하고 또 반성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원문에는 알파벳 한 글자보다 더 자그마한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구두점입니다. 앞에서 저는 'haven'을 보고 안일하게 '내가 아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그 의미를 고민하지 않았는데..

번역 이야기 2021.07.08 0

[번역 이야기] 11. 번역가가 작가가 되는 순간! ② - 책 제목 번역 꿀팁 모음

(이전글) https://ssjstudylog.tistory.com/59 [번역 이야기] 10. 번역가가 작가가 되는 순간! ① - 책 제목 번역하기 출판사에서는 국내에 새로운 외서를 소개하기 위해 판권 계약을 하기 전에 번역가에게 리뷰를 부탁합니다. 원서를 한 번 읽어보고 그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팔릴 만한 책인지 그렇지 ssjstudylog.tistory.com 우선 제목에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김학원 편집자는 제목이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제목의 여섯 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명사'형 (토지, 객지, 아리랑, 연어) '명사+명사'형 (노인과 바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성과 광기) '형용사+명사'형 (외딴 방, 슬픈 열대, 하얀 전쟁) ..

번역 이야기 2021.07.08 0

[번역 이야기] 10. 번역가가 작가가 되는 순간! ① - 책 제목 번역의 재미와 어려움

출판사에서는 국내에 새로운 외서를 소개하기 위해 판권 계약을 하기 전에 번역가에게 리뷰를 부탁합니다. 원서를 한 번 읽어보고 그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팔릴 만한 책인지 그렇지 않은지, 국내에 소개한다면 어떤 독자들을 겨냥해서 마케팅을 하면 좋겠는지 등등 여러가지 의견을 묻죠. 여기에는 '책 제목을 어떻게 정하면 좋겠는지'도 포함됩니다. 제가 여태까지 검토했던 책들 중에는 본문 내용은 너무 재미있는데 원제가 밋밋하고 재미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책들을 만날 때면 저는 쾌재를 부릅니다. 항상 저자가 한 말을 '받들면서' 저자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제가 이 순간만큼은 그 한계를 뻥 걷어차버리고 마치 작가가 된 것처럼 마음껏 창작의 열정을 불태워 제목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책에 원제..

번역 이야기 2021.07.08 0

[번역 이야기] 09. 역자 후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나오자마자 번역을 하고 싶었는데 어떠어떠한 사정으로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어쩌다 기회가 생겨서 번역을 하게 되었고 번역하는 동안 힘이 되어준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등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역자후기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역자후기, 혹은 옮긴이의 말은 본문의 내용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의 품위와 무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 감동도 재미도 영양가도 없는 메모가 툭 하고 등장하는 게 몰입을 확 깨기 때문이지요. 가급적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저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오롯이 집중되도록 해야 하는 번역가가 느닷없이 깜짝 등장하는 것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저도 한 명의 독자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만, "그러면 너는 책을 번역하고 ..

번역 이야기 2021.07.07 0

[번역 이야기] 08. 저자와 독자를 알기 위한 노력

보편 해석학을 창시하면서 번역 이론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기고 그 자신도 기라성 같은 번역가였던 슐라이어마허Schleiermacher는 번역가가 독자를 저자에게 데리고 가거나 저자를 독자에게 데리고 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말은 '직역이냐 의역이냐'는 해묵은 논쟁을 대변하는 말로 흔히 이해되어 왔는데요, '직역이냐 의역이냐' 하는 문제로 슐라이어마허의 이 말을 끌고 들어가기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저자가 누구고 독자가 누구냐 하는 문제이지요. 저자가 누구고 독자가 누군지를 명확히 알아야 저자를 독자에게 제대로 데려갈 수 있고 독자를 저자에게 제대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직역과 의역 사이의 논쟁에 관해 다루기에 앞서, 저..

번역 이야기 2021.07.06 0

[번역 이야기] 07. AI는 인간 번역가를 대체하게 될까? (2) - 기계 번역의 미래와 인간 번역의 미래

과연 기계번역은 이렇게 언어의 불완전성을 메우는 읽기를 하고, 이에 기반해서 번역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영목 번역가는 오늘날 기계번역이 거두고 있는 성공이 이러한 '창조적 독해'를 포기함으로써 가능해졌다고 지적합니다. 기계번역에는 물론 읽기가 없다. 아니, 읽기가 사라졌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RMT(Rule Based Machine Translation) 시절에만 해도 마치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구문 분석을 하는 등 인간의 읽기와 비슷한 요소가 어느 정도 있었으나, SMT(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를 거쳐 NMT(Neural Machine Translation)로 오면서 읽기, 적어도 인간적인 읽기의 요소는 사라져버렸다. 어떻..

번역 이야기 2021.07.06 0

[번역 이야기] 06. AI는 인간 번역가를 대체하게 될까? (1) - 번역은 '복제'인가 '창조'인가

요즘은 단순 정보 전달 위주의 웹사이트 번역은 구글번역기를 돌려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편이더라구요. 파파고에 문장을 넣어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출력해줘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러다 정말 AI가 번역가를 대체하는 날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죠.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분야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번역계와 번역가가 느끼는 긴장감은 남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었던 언어라는 성역聖域마저 컴퓨터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더이상 인간이 지성적 존재로서의 '최고 존엄'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죠. 과연 인공지능은 점점 더 자연스러운 번역문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인간 번역가를 대체하게 될까요? 아니면 인공지능이 결국 넘어설 수 없는 벽..

번역 이야기 2021.07.06 0

[번역 이야기] 05. 메이지기 일본의 서양어 번역 - '경제, 사회, 자유'를 중심으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개념어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예를 들면, [철학]이나 [민주주의] 같은 단어는 처음부터 우리 땅에서 사용되던 단어가 아니라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만들어낸 단어들이었죠. 그러한 점에서 이 단어들에는 일본이 근대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의 발명품이었음에도 동아시아에서 모두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한자를 활용해 번역한 덕분이었죠. 이번 포스트에서는 '경제', '사회', '자유'라는 중요한 개념들이 번역된 역사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에서도 50~80년의 세월동안 하나의 서양어에 대응되는 번역어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번역어가 난립하고 경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번역 이야기 2021.07.05 0

[번역 이야기] 04. 번역가의 시간 관리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인 번역가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직장인보다 '자유롭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선배 번역가들은 번역가도 직장인처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작업을 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것은 번역가로서의 단명을 재촉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꾸준하게 일정한 퀄리티의 번역문을 매일같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규격화된 일상을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번역가로 성공하려면 정말 자기관리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글나눔에서는 선배 번역가들이 시간 관리를 하는 방법, 매일매일의 노동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이종인, 『번역은 글쓰기다』 中 번역은 손가락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번..

번역 이야기 2021.07.05 0

[번역 이야기] 03. 번역가와 프로그래머

저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그에 반해 소설은 읽어본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을 번역할 때에는 정말 너무 어려워서 진도가 참 더디네요.. 작가가 이 말을 왜 써놓은 것인지 도대체, 도무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라 과제를 하는 진도도 참 더디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렇게 번역이 힘에 부칠 때 제가 자주 꺼내 보는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올린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영상인데요.. 여태까지 번역가와 피아니스트를 비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번역가와 프로그래머도 공통점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글나눔도 번역가와 다른 직업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너무 우려먹나요ㅋㅋㅠ) 피아니스트와..

번역 이야기 2021.07.05 0

[번역 이야기] 02. 번역가는 피아니스트 II

제가 저번 글나눔에서 번역가를 피아니스트에 비유하는 정영목 번역가님의 글을 가져왔었는데, 이번주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피아노 연주를 가지고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책상에 앉아 번역을 하실 때 음악을 들으시나요? 들으신다면 어떤 음악을 들으시는지 궁금하네요ㅎ 저는 번역 과제를 할 때 가끔 피아노 연주곡을 듣곤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번역과 피아노 연주를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종이에 적힌 것을, 무언가를 두드리는 방식으로(아마 대부분 번역을 하실 때 키보드로 작업하시겠지요..?), 다른 소리로 옮겨놓는다는 점에서 번역과 피아노 연주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 다 기술과 감을 모두 익혀야 좋은 작품을 빚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게 ..

번역 이야기 2021.07.05 0

[번역 이야기] 01. 번역가는 피아니스트 I

바른번역 아카데미 실전반 수업을 들으면서 동기들과 매주 번역과 관련된 단상이나 잘 번역된 글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때 못다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게시판을 통해 나머지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정영목 번역가의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와 호프 자런의 『랩걸』(김희정 번역가)에서 몇 편의 발췌한 몇 편의 글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 꾸러미에는 번역가라는 직업에 관한 성찰이 돋보이는 세 편의 짧은 글을 담아 왔습니다. 실전반 수업 때 선생님께서 '다양한 지문을 접하면서 문장 적응력과 융통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씀이 떠올라서 여기에 어울리는 글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정영목 번역가는 번역가가 피아니스트나 배우처럼 맡은 작품에 따라 여러..

번역 이야기 2021.07.05 0

읽기의 기술

#읽기의 기술 - 능률적인 독서는 목차에서부터! (목차부터 분석하는 독서법) (20200105 추가)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두꺼운 책 혹은 내용이 어려운 책이 주는 막막함 때문에 독서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거나, 책을 읽다가 중간에 이해가 안 되어서 책장을 덮어버리게 되거나, 책을 열심히 읽어도 나중에 무엇을 읽었는지 까맣게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들을 줄이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기 전에 목차부터 읽는 것입니다. 목차를 읽는 것은 서점에서 살 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고를 때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여기서 제가 권하고자 하는 방법은 바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목차를 읽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목차를 단순히 어떤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만 활용하는 것을 넘어, 목차 또한 책을 구성하는 하나의 텍..

읽기의 기술 2020.01.06 1

#읽기의 기술 - 일차문헌을 꼭꼭씹어먹어 보자 (독서법, 포스트잇 사용법)

저는 책을 험하게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왠지 어떤 책에서 '제대로 뽕을 뽑으려면' 아이디어와 상념으로 가득한 메모와 밑줄, 형광펜으로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워야만 할 것 같고, 그렇게 독서를 했을 때 만족감이 듭니다..ㅋㅋ 이러한 욕망의 연장에서, 책을 읽을 때 포스트잇 또한 많이 붙이게 됩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전공서적의 경우에는 각각의 챕터를 항상 태그를 붙여 구분해놓는 편이고, 책 내용을 요약한 메모를 포스트잇에 적어놓기도 합니다. 태그지를 빼곡하게 붙이며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보편적인 독서법이지만, 이번 포스트에서는 제가 독서를 해나가면서 나름대로 조금 더 규칙을 부여하고 발전시켜 본 태그 방법에 대해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인상 깊은 내용이나 중요한 페이지를 빨리 찾기 위해 붙..

읽기의 기술 2019.08.18 0

My Works

[BA8](19-2) 응용현상학 기말 소논문 (20p, "서촌의 풍경현상학적 해석을 위한 스케치", A+)

정말 이번 학기에 학교 공부를 위해 쏟은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이 에세이를 쓰는 데에 다 들어간 것 같다..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일단 이렇게 정리해서 적어놓은 생각들을 디딤돌로 해서 철학과 졸업논문을 준비해야겠다. 나아진 점 ▲ 일차문헌의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고 머릿속에 넣은 다음에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위해서 학기 초반에 새로운 시도들을 했었다. https://ssjstudylog.tistory.com/7 #읽기의 기술 - 능률적인 독서는 목차에서부터! (목차부터 분석하는 독서법) (20200105 추가)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두꺼운 책 혹은 내용이 어려운 책이 주는 막막함 때문에 독서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거나, 책을 읽다가 중간에 이해가 안 되어서 책장을 덮어버리게 되거나..

글쓰기의 기술 2020.01.06 0

[BA7](19-1) 뮌헨대 철학과 기말논문 (20p, Revisiting the Exclusiveness of modern Nation-state and its Compatibility with Cosmopolitan Ideals, 2.3/4.0(B))

드디어 몇달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과제논문 작업이 끝났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방학 과제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여기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했는데, 그 이유는 이 과제의 주제가 내가 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신념적인 태도와 궁극적인 목표를 깊게 건드리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논문의 목표는 근대 자유민주주의 민족국가가 (역사에서 보여왔고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거악巨惡들에도 불구하고) 세계시민주의적 이상과 양립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이상들을 도모하는 데에 필요하다는 '국가주의적 코스모폴리타니즘' 내지는 '코스모폴리탄적 국가주의'의 (몰염치한)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었는데, 두 달동안 나를 정신적으로 학대한 덕분에 결국에는 증명하고 싶었던 것을 증명하는 데에 성공한 것 같다. 이번에 쓴 논문은 고등학교 때 ..

글쓰기의 기술 2019.09.23 0

[BA8](19-2) 헤겔 정신현상학 서설 정리 (8p, A+)

만연체 문장을 고치고 있다. 컴퓨터 목소리는 그야말로 맥락을 모르고 어절단위로 끊어읽기 때문에 내가 만연체로 써놓으면 듣다가 속터져서 문장을 나누게 된다. 한글로 9페이지(공백포함 14000자, 공백제외 11000자, 약 3200단어), 주석까지 다 듣는 데 50분 걸렸다. 만연체 문장을 고치고 있다. 컴퓨터 목소리는 그야말로 맥락을 모르고 어절단위로 끊어읽기 때문에 내가 만연체로 써놓으면 듣다가 속터져서 문장을 나누게 된다. 한글로 9페이지(공백포함 14000자, 공백제외 11000자, 약 3200단어), 주석까지 다 듣는 데 50분 걸렸다.

글쓰기의 기술 2019.12.0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