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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물탱크에 10년째 감금한 흰 돌고래 벨라의 방류 약속 즉시 이행하고 환경단체에 대한 겁박식 고소를 즉각 취하하라

서서재 2023. 6. 3. 15:54


지금도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북극해에서 납치되어 끌려온 벨루가(흰 돌고래) ‘벨라’가 10년째 소형 물탱크에 감금된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쿠아리움’이라고 하면 자연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이 모방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벨라가 갇혀 있는 곳은 이러한 상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안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래도 없고, 해초도 없으며, 하다못해 바위도 없습니다. 벨라의 황량한 ‘아쿠아리움’은 그야말로 물탱크나 다름없습니다.

야생의 벨루가는 1,000m 수심까지 잠수하기도 합니다. 장거리를 이주하는 시기에는 2,000km를 헤엄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 아쿠아리움의 깊이는 7.5m밖에 되지 않습니다. 벨라의 몸길이가 4m정도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벨라는 뒤주에 갇혀 있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좁은 수조 안을 원형으로 돌고 또 도는 것이 벨라의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야생의 벨루가는 평균 30-35년에서 최장 50년까지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롯데 아쿠아리움에서는 이미 2016년에 벨루가 ‘벨로’가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벨루가인 ‘벨리’도 열두 살에 숨을 거뒀습니다. 사인은 모두 미생물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었습니다. 감금 생활로 면역력이 고갈될 대로 고갈된 벨루가들은 그렇게 싸늘한 주검이 되고 나서야 물탱크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저 비좁은 물탱크에 처음에는 벨루가가 셋이나 갇혀 있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2019년 말에 롯데에서는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를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하고 방류기술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벨라의 전시는 중단되지 않았고, 롯데는 여전히 벨라를 아쿠아리움의 대표 전시 동물로 홍보하며 많은 수익을 챙겼습니다. 롯데는 2년 뒤인 21년에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연말이 되자 결정을 번복했고, 이윽고 22년 말까지 벨라를 방류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공약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아무 변명이나 설명도 없이, 이번에도 스리슬쩍 새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매년 방류 결정을 발표하고 반복적으로 연기하는 롯데의 행태는 마치 동네 생활용품점이 매년 “폐업 정리”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손님들을 모으는 방식과 똑같아 보입니다. 다시 말해, 벨라를 올해 안으로 방류하겠다는 롯데의 발표는 “저희가 그동안 한 생명을 감금하고 잔인하게 착취한 것에 대해 이제는 속죄하며 자유를 되찾아 줄 방법을 모색하겠습니다.”라는 뜻이 아닐 것입니다. 롯데는 오히려 이런 메시지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아니면 벨루가를 볼 수 없으니, 빨리 와서 보세요.”

그리고 이 메시지를 받고 아쿠아리움에 찾아간 소비자들은 무기력하게 떠 있는 벨라를 보며 ‘한 생명을 이렇게 비좁은 곳에 가둬두고 착취하다니, 이건 당장 중단되어야 해’라고 분노하기보다 ‘와 이게 그 벨루가구나. 이제 곧 바다로 돌아간다니 정말 다행이야.’라고 안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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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롯데는 벨라의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들을 고소했습니다. 시민들에게는 롯데에 의해 고소당했으니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라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는 벨라의 감금과 전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기업의 협박이며, 앞으로도 벨라를 내걸고 계속 전시 수익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그러므로 롯데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버리고 다음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 롯데는 벨라의 방류 약속 불이행에 대한 항의 표현을 차단하기 위해 환경단체에 제기한 협박성 고소를 즉각 취하하라.
- 롯데는 벨루가 벨라의 방류 결정 발표를 호객성 상술로 이용하지 말고 벨라의 전시를 중단하라.
- 롯데는 벨루가를 납치해 온 것이 처음부터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그동안 얻은 전시 수익을 벨라의 회복과 야생 적응 훈련, 노르웨이 생추어리 이송 등을 위해 사용하라.
- 롯데는 지난 3년 반 동안 진행된 방류기술위원회 회의 시기와 기록을 공개하고 지금까지 방류가 번번이 연기된 이유를 상세히 해명하라.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디 아쿠아리움을 소비하지 마세요. 모든 감금 시설을 비판적으로 바라봐 주세요. 함께 감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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