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랄 |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부닥치며 배우는 출판의 기록 8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이 새옷을 입고 다시 출간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입니다. 작년 말에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을 전국 도서관에 납품하면서 품절이 된 이후로 시간이 벌써 많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 책을 찾으신 분들이 계셨는데 증쇄를 바로 찍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 이 책에 어떤 종이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표지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월이 되었네요. 이번에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은 맨드라미 디자이너님(@mandramibook)의 작업으로 훨씬 맵시 있고 예쁜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568쪽이나 되는 두께에도 내용이 무겁거나 학술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조금 더 재치있게 다가오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 마이클 스타코위치 교수님의 깨알같은 농담(..

20221119 폰트의 두께는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

서점에서 레퍼런스로 사용할 독립출판물을 열심히 뒤적여보면서 든 생각인데, 폰트가 얇고 가늘수록 뭔가 중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다거나, 글쓴이가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거나, 혼잣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디스플레이로 볼 때는 울트라라이트 두께의 글씨가 뭔가 세련되고 맵시있어 보여서 나도 얇은 폰트에 욕심을 내곤 했었는데, 인쇄물로 확인해 보니, 일정 두께 이상은 되어야 자신감 있어 보이고 또박또박 잘 들리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글씨의 두께는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고나 할까... 너무 얇은 폰트는 아무리 인상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더라도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뭔가 힘 없고 희미하게 들릴락말락 이야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된다.

20221119 면지는 책을 열고 닫는 커튼과 같다.

나는 면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의 인상과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표지의 색상이 절제되어 있어도 면지의 색감이 뚜렷하면 전체적으로 짙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듣고 물도깨비 작가는 책의 앞뒤에 넣어지는 면지가 막을 열고 닫는 커튼과 같다고 말했다. 좋은 비유인 것 같다. 면지가 없는 책도 그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면지를 넣지 않은 것이겠지만(아니면 비용적인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면지가 있으면 커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 내용물/작품의 무게감을 더 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커튼이 없으면 권위적인 인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면지는 보통 색지 면지를 베다로 프린트한 제물 면지보다 높게 쳐주지만, ..

20221119 책을 만들 때도 실물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

책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내가 구상한 것이 책의 형태로 출력되고 제책되었을 때 어떤 모양이 되고 어떤 느낌과 효과를 줄지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가제본을 뽑아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디자인이 완성됐을 때 세부적인 사항들을 교정하기 위해서 확인차 뽑아보는 의미이고, 제작과정에서 일일이 가제본을 만들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실물 레퍼런스 도서가 많이 필요하다. 내가 만드려고 하는 사이즈의 책, 내가 써보고 싶은 폰트를 쓴 책, 내가 도판을 배치하고 싶은 방식의 그리드를 적용한 책, 내가 만드려고 하는 책의 두께감을 가지고 있는 책, 내가 써보고 싶은 종이를 쓴 책, 가로로 넘기면서 읽다가 세로로 돌려서 읽기도 하는 독서방향을 미리 적용한 책 등등... 이런 레퍼런스 ..

20221119 여백은 액자와 같다.

책 내지의 여백은 액자와 같다. 여백을 아까워해선 안 된다.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은 인쇄가 된 것이 없을 뿐 그 자체로 액자와 같이 내용물을 감싸 안아서 시선을 안배하고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도판을 넣을 때 이는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 그림이나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 가득 베다로 채우는 경우에 사진이 커지는만큼 독자에게 더 강조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러면 액자가 사라져서 사진이 책에서 가능한 가장 큰 크기로 삽입됨에도 배경이 되어버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진에 주목하세요, 잠시 멈춰서 이 사진을 감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액자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렇게 베다로 들어간 사진을 '감상용' 사진이라고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20221119 폰트는 신발과 같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앞 부분에는 폰트가 신발과 같다고 나온다. 남과 같은 신발은 피하고 싶지만 너무 화려하면 인상이 과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한껏 꾸미고 싶은 지면이라면 하이힐 같은 서체를 쓰겠지만, 오래 걸어야(읽어야) 하는 글이라면 발(눈)이 아플 것이다. 옛글 느낌을 주고 싶다면 짚신이나 나막신이나 가죽신이나 고무신 중에서 알맞은 것을 골라야 할 것이다. 이번 책 표지에 어떤 폰트를 써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조금 감이 잡혔다. 해변 청소를 할 때 신는 단단한 운동화 같은 느낌의 폰트를 찾아봐야겠다. 세련되거나 매대에서 이목을 잡아 끌 수 있는 폰트보다 해변 청소에 어울리는 느낌의 폰트. 장화보다는 운동화. 컨버스..

20220923 로고 디자인 실패 및 자원순환형 도서 배송 파우치 기획

1 로고 디자인 공모전 플랫폼에서 나름 거금을 주고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완전히 망했다. 이렇게 실망하게 될 줄은 몰랐다.. 브리핑 내용을 전혀 안 읽고 대충 디자인한 시안이 많았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다. 아무래도 브리핑을 너무 구구절절 길게 쓴 탓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고 심플하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재량에 맡겼어야 하는데, 너무 디렉션을 많이 썼나보다. 70만원을 주고 디자이너와 소통에 실패하는 경험을 얻었다.. 나는 항상 말을 더 많이 해야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간결명료함을 배워야하는 때인 것 같다. 70만원짜리 교훈이다.. 2 언유주얼굿즈페어에 다녀왔다. 폐현수막을 업사이클한 도서 배송용 파우치를 제작해줄 업체..

20220921 불안과의 싸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싸우기 위해서 일단은 쭉 적어보자.. 그리고 대처 방안을 옆에 적어보자.. -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파우치 제작 업체에서 컨설팅을 못해주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어디에서 다시 컨택을 해서 현수막을 수급하고 파우치를 제작해야 하지. 제작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회적 기업이 없거나 단가가 너무 비싸면 어떡하지. 일회용 택배 상자나 종이 봉투에 책을 담아서 발송한다고 했을 때 과연 독자들이 용납할까. >>> 그 업체에서 컨설팅을 안해준다면 직접 부딪히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서울새활용플라자와 구청에서부터 시작해서 폐현수막을 공수하고 시제품을 먼저 만들어보자. 그런 다음에 사회적 기업 몇 군데에 이메일을 보내서 파우치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와 생산 단가를 확인해보자. 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