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과 기술 - 잡다한 실험들/읽기의 기술 7

워커홀릭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가려진 일중독, 혹은 과잉적응증후군

일하는 것, 혹은 일을 많이/잘 하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 중독은 문제적인 증상으로 여겨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일도 술이나 마약처럼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독자의 일상과 관계를 망가뜨린다. 일을 즐겁게 하는 것과 일을 중독적으로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일 중독자는 충분히 일을 많이 하고 성과가 나온 상황에서도 휴식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 중독과 건강의 차이는 ‘현재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룰 수 있는가?’하는 것인데, 일중독자는 일을 멈추거나 나중에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거식증에 걸려서 수척하게 마른 사람이 자기는 마르지 않았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일중독자도 자신이 일중독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

[읽기의 기술] 20211227 번역을 위한 독일어 독해 공부

20211227(월) 연말에 일감이 없는 동안 오랜만에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Hueber 출판사에서 나온 「Die Schwierige Wörter」 를 외워봐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을 Quizlet에 옮겨 적었는데, 다 적고 나니 힘이 빠져서 더 하기가 싫어졌다..ㅋㅋ;;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영어 번역을 할 때는 원서로 250 페이지 분량의 책을 2~3일 안에 다 읽고 내용을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내가 독일어로 그 정도 속도와 정확도를 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려면 책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예전부터 이 글에 소개된 공부법을 실천해보고 싶었다. (https://brunch.co.kr/@dohyunkim/32) 영어, 리딩만으로 어..

#읽기의 기술 - 능률적인 독서는 목차에서부터! (목차부터 분석하는 독서법) (20200105 추가)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두꺼운 책 혹은 내용이 어려운 책이 주는 막막함 때문에 독서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거나, 책을 읽다가 중간에 이해가 안 되어서 책장을 덮어버리게 되거나, 책을 열심히 읽어도 나중에 무엇을 읽었는지 까맣게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들을 줄이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기 전에 목차부터 읽는 것입니다. 목차를 읽는 것은 서점에서 살 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고를 때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여기서 제가 권하고자 하는 방법은 바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목차를 읽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목차를 단순히 어떤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만 활용하는 것을 넘어, 목차 또한 책을 구성하는 하나의 텍..

[BA8] 20191114 텍스트가 숙지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기 (+2)

20191114 독해방식을 또 바꿔보았다. 1 여태까지 문장의 성격에 따라 다른 색깔의 형광펜을 사용하면서 읽는 방식에 꽤 적응이 됐었는데,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우선은 그렇게 여러 색깔을 칠하면서 읽는 동안 생각을 덜 하게 된다는 것이고 (특히 외국어로 읽는 경우에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대충 '중요한 문장인 것 같다, 흥미로운 내용인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전체를 요약하는 부분이네'라고 생각하면서 색깔만 입히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지면이 요란해서 나중에 다시 읽기 싫어지거나, 다시 읽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분류해서 칠해놓은 색깔들이 딱히 독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텍스트를 여러 번 읽지 않으면 초독에서는 아무리 잔기술을 쓴다고 해도 ..

[BA8] 20191115 헤겔 <정신현상학> 한/영/독 교차해서 읽기 (+1)

1 정신현상학 머리말과 서론을 한국어로는 일회독을 끝냈는데, 한국어로만 읽기는 아쉬워서 영어와 독일어로도 읽기 시작했다. 오에 겐자부로가 외서를 읽을 때 두 가지 색 볼펜을 가지고 인상깊은 구절과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에 밑줄을 치면서 처음에는 모국어로 읽고 다음에는 원어로 읽고, 그 다음에 다시 모국어로 꼼꼼하게 읽고, 다시 원어로 꼼꼼하게 읽었다고 하는데, 부분적으로 따라해볼 생각이다. 한국어로 일단 한번 쭉 읽은 상태에서 영어로 한 문단을 읽고 독일어로 한 문단을 읽었는데, 문단 단위로 돌려가며 읽기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읽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리는데, 쓰여진 언어에 따라 텍스트의 결이랄지, 요철이 달라져서 한국어로만 읽었을 때 놓친 부분들, 번역 과정에서 누락..

20191006일. 형광펜 코딩이 어느정도 안정되었다 (+1)

0 올리려고 생각해 둔 것들은 많은데 '연재'라고 할 만큼 퀄리티를 갖춰보려고 하니까 제대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그냥 의식의 흐름으로 그날그날의 개인적인 기록들을 남겨놓아보려고 한다.. 1 요즘은 컨디션이 좋다. 수영도 재미있고, 위스키의 참맛을 알게 됐고, 날씨도 선선해서 기분이 더 감성적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헤겔 수업에서 다음 시간까지 읽어가야 하는 부분을 열심히 읽었는데, 아쉽게도 목표치의 70%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하루하루 좀 더 안정감 있게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2 참고문헌은 찰스 테일러의 『헤겔』인데, 고집스럽게 원어(영어)로 읽어보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두려움 때문에 ..

#읽기의 기술 - 일차문헌을 꼭꼭씹어먹어 보자 (독서법, 포스트잇 사용법)

저는 책을 험하게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왠지 어떤 책에서 '제대로 뽕을 뽑으려면' 아이디어와 상념으로 가득한 메모와 밑줄, 형광펜으로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워야만 할 것 같고, 그렇게 독서를 했을 때 만족감이 듭니다..ㅋㅋ 이러한 욕망의 연장에서, 책을 읽을 때 포스트잇 또한 많이 붙이게 됩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전공서적의 경우에는 각각의 챕터를 항상 태그를 붙여 구분해놓는 편이고, 책 내용을 요약한 메모를 포스트잇에 적어놓기도 합니다. 태그지를 빼곡하게 붙이며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보편적인 독서법이지만, 이번 포스트에서는 제가 독서를 해나가면서 나름대로 조금 더 규칙을 부여하고 발전시켜 본 태그 방법에 대해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인상 깊은 내용이나 중요한 페이지를 빨리 찾기 위해 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