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과 기술 - 잡다한 실험들/읽기의 기술

[읽기의 기술] 20211227 번역을 위한 독일어 독해 공부

서서재 2021. 12. 27. 18:32

20211227(월)

연말에 일감이 없는 동안 오랜만에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Hueber 출판사에서 나온 「Die Schwierige Wörter」 를 외워봐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을 Quizlet에 옮겨 적었는데, 다 적고 나니 힘이 빠져서 더 하기가 싫어졌다..ㅋㅋ;;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영어 번역을 할 때는 원서로 250 페이지 분량의 책을 2~3일 안에 다 읽고 내용을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내가 독일어로 그 정도 속도와 정확도를 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려면 책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예전부터 이 글에 소개된 공부법을 실천해보고 싶었다. (https://brunch.co.kr/@dohyunkim/32)

 

영어, 리딩만으로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영어 어휘력 향상을 위한 독서 방법을 디자인하다 | 영어 학습 디자인 #독서 by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 뉴욕대(NYU) 그리고 뉴욕 스타트업에서 3+1년간 일하며 얻은 경험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한

brunch.co.kr

 

하지만 그냥 양적으로만 많이 읽는 것은 번역 실력을 기르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한 단락을 읽더라도 꼼꼼하고 정확하게 읽는 연습이 필요했다. 실전으로 이어지는 독해 공부를 해야 했다. 

 

이 책 저 책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거쳤다. 독일어 전문 서점에서 책도 한 10만원 어치 사 오고, 형광펜이 다 떨어져서 오랜만에 형광펜도 준비하고.. 인터넷에서 독일어 ebook도 왕창 다운받고.. 소설을 읽었다가 비문학을 읽었다가, 단어장을 만들었다가 필사를 했다가.. 

 

그러다가 오늘은 꽤 마음에 드는 워크플로우를 만든 것 같아서 일단 그 작업 단계들을 기록해놓으려고 한다. 

 


 

준비물: 읽고 싶은 원서 1권, 한국어 번역서, MS Word + 사전

 

Step 1. 원서를 MS Word에 옮겨 적는다.

Ebook으로 되어 있는 원서를 찾아서 다운받으면 복사 붙여 넣기를 할 수 있어서 편하다. 처음에는 직접 타이핑을 했는데, 타이핑하면서 옮겨 적는 과정은 시간만 많이 잡아먹고 별로 공부는 안 되는 것 같아서 점차 건너뛰게 되었다. 

 

Step 2.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해서 뜻을 위첨자로 메모해놓는다. 

 

Step 3. 해석이 잘 안 되는 내용이나 번역어가 궁금한 내용들을 하이라이트 한다. 

나는 문법적으로 헷갈리거나 처음 보는 문법들은 색깔을 달리해서 청록색으로 표시했다:)

 

Step 4. 번역서의 내용을 옮겨적는다. 

 

Step 5. 다시 번역문에서 주요 단어들의 원어를 위 첨자로 메모한다. 

원문을 보지 않고 기억을 더듬어서 핵심 단어나 개념들을 메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원문을 다시 보면서 옮겨 적어도 상관은 없다. 아니, 원문을 자주 대조하면서 번역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게 좋겠다. 원문만 읽었을 때는 습득하지 못한 내용이 번역문에 있는 것을 보고 "아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하면서 다시 원문을 읽어보는 게 이 공부법의 묘미다..

Step 6. 원문에 표시한 의문 사항의 해답을 번역문에서 찾아 하이라이트로 표시한다. 

Step 7.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서 Step 1~6 반복 ^^!

 


한 단락을 이렇게 분석하고 공부하는 데에 길게는 한 시간까지 걸린다.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공부법이지만, 굉장히 꼭꼭 씹어먹는 방법이다보니 공부한 내용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는 것 같다. 일단 다음 일감이 들어올 때까지 하루에 한 챕터씩 책 한 권을 이렇게 통째로 소화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