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과 기술 - 잡다한 실험들/읽기의 기술

[BA8] 20191114 텍스트가 숙지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기 (+2)

서서재 2019. 11. 29. 17:37

20191114 독해방식을 또 바꿔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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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문장의 성격에 따라 다른 색깔의 형광펜을 사용하면서 읽는 방식에 꽤 적응이 됐었는데,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우선은 그렇게 여러 색깔을 칠하면서 읽는 동안 생각을 덜 하게 된다는 것이고 (특히 외국어로 읽는 경우에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대충 '중요한 문장인 것 같다, 흥미로운 내용인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전체를 요약하는 부분이네'라고 생각하면서 색깔만 입히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지면이 요란해서 나중에 다시 읽기 싫어지거나, 다시 읽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분류해서 칠해놓은 색깔들이 딱히 독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텍스트를 여러 번 읽지 않으면 초독에서는 아무리 잔기술을 쓴다고 해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숙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면서, 이번에는 형형색색으로 지면을 채우려는 나태함을 떨쳐보려고 했다. 

 

이번에는 연두색과 노랑색 두 색깔만 가지고 읽어본다.. 아이패드에서 굿노트로 논문을 읽으면 형광펜을 덧칠하면서 색을 더 진하게 입힐 수 있는데, 그렇게해서 읽고 또읽고 또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도록 해보았다.. 그러다가 정말 이건 빼도박도 못하게 중요한 내용이다 싶은 부분에는 짙은 초록색을 칠해버렸다. 

 

우선은, 하나의 텍스트를 여러 번 읽으면서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었었는지를 총체적으로 다시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이 다행스럽다. 나중에 따로 요약정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원문을 충분하게 우려내지 못한 상태에서는 정리를 해도 헛물켜는 기분이 들곤 했었는데, 그런 시행착오들을 조금을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많이 반복해서 읽으려면 무엇보다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게 관건이겠다.. 

 

20191125 페이퍼백으로 회독을 하는 방식을 마련해보았다. 

일단 텍스트가 충분히 머릿속에 자리잡기 이전에는 아무리 정리를 해도 소용없다는 이상의 생각의 연장에서 아날로그로 책을 읽는 방식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아이패드로 읽을 때에는 형광펜을 덧칠해서 색을 진하게 만들었지만, 아날로그에서는 필기구를 달리해가면서 덧칠을 해본다..

- 일단은 샤프로 밑줄과 메모를 남기면서 한번 쭉 읽고 검정 볼펜으로 한번 더 읽으면서 좀 더 핵심적인 내용들에 표시를 했다.

- 두 번째 표시를 할 때에는 좀 더 전체적인 맥락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내용들에 초점을 두면서 표시를 했다.

- 중요한 테제들은 밑줄을 두 개 긋고, 그것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들에는 한 줄을, 개인적으로 영감을 주는 부분들에는 물결 밑줄을 그었다.

- 번역이 의심스럽거나 원문의 표현이 궁금한 부분들은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를 했는데, 이 표시방법은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문방구에서 특이한 4색 볼펜을 발견해서 사왔는데, 검정색이 굵기별로 세 종류나 들어있다. (0.5/0.7/1.0) 0.5가 생각보다 가늘게 나와서 메모할 때 좋고, 상당히 만족스럽다ㅋㅋ

- 검정 0.7 밑줄 두개(핵심 테제, 중요한 내용) / 0.7 밑줄 한개(부가적인 설명) / 0.5 밑줄 한개(예시, 묘사들) /0.5 메모(요약정리)

- 평소에는 읽는 분량에 욕심을 많이 내는데, 이번에는 일정한 분량을 여러번 읽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항상 중간중간 매듭을 짓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게 나중에 돌아보면 공부한 게 별로 없는 허탈감을 주는 것 같다. 

- 네 시간동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초월적 논리학 앞부분 30페이지를 세 번에 나눠서 읽었다. 1회독을 하다가 중간에 길을 잃거나 맥락을 놓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볼펜으로 핵심들을 다시 짚어가면서 돌아왔다. 

- 마지막으로는 각각의 소챕터들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목차처럼 남겨두었다. 이렇게 하면 가장 원거리에서 맥락을 조망할 수 있는 것 같고, 심리적으로도 소유감이 들어서 허탈감을 조금은 방지해준다..ㅋㅋ

 

20191129 패드로 밑줄을 치며 읽으면서 정리를 같이 해 나간다. 

- 읽다가 이해가 안되면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밑줄을 치면서 읽어나가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운데, 그래도 읽은 내용들을 확실히 숙지하면서 읽는 방식으로서는 불완전한 감이 있었다. 기억력이 마음처럼 안따라와줘서 앞으로 돌아가는 횟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에버노트를 띄워놓고 읽은 내용을 정리해가면서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