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과 기술 - 잡다한 실험들/읽기의 기술

[BA8] 20191115 헤겔 <정신현상학> 한/영/독 교차해서 읽기 (+1)

서서재 2019. 11. 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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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머리말과 서론을 한국어로는 일회독을 끝냈는데, 한국어로만 읽기는 아쉬워서 영어와 독일어로도 읽기 시작했다. 

오에 겐자부로가 외서를 읽을 때 두 가지 색 볼펜을 가지고 인상깊은 구절과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에 밑줄을 치면서 처음에는 모국어로 읽고 다음에는 원어로 읽고, 그 다음에 다시 모국어로 꼼꼼하게 읽고, 다시 원어로 꼼꼼하게 읽었다고 하는데, 부분적으로 따라해볼 생각이다. 

 

이걸 해보고 싶어서 굿노트 4를 쓰다가 새로 나온 5를 구매했다. 굿노트 4에서는 창을 여러개 띄우는게 불가능해서 파일을 나란히 놓고 보려면 다른 필기앱을 띄워야되는데, 굿노트가 손에 익어서 다른 앱은 썩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영어로 읽을 때는 영어 화면을 좀 더 키워놓고..
독일어로 읽을 때는 독일어 창을 좀 더 키워놓고..

 

한국어로 일단 한번 쭉 읽은 상태에서 영어로 한 문단을 읽고 독일어로 한 문단을 읽었는데, 문단 단위로 돌려가며 읽기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읽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리는데, 쓰여진 언어에 따라 텍스트의 결이랄지, 요철이 달라져서 한국어로만 읽었을 때 놓친 부분들, 번역 과정에서 누락된 단락의 구조를 부각시켜주는 요소들을 확실하게 파악해가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독일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되면서 번역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문을 통해서도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된 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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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Einleitung) 부분을 영어와 독일어를 대조하면서 한번 쭉 읽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 같은데, 일단 일정한 분량을 끝까지 읽었다는 게 보람차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이해가 잘 안되어서, 머릿속에 남아있는게 많지는 않다. 역시 깊게 이해하려면 한국어 번역본을 여러번 읽으면서 파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일단은 영어와 독일어 독해에 대한 깊은 갈증이 좀 해소가 되었으니 이제는 한국어로 읽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