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철학과 기술 - 잡다한 실험들/읽기의 기술

20191006일. 형광펜 코딩이 어느정도 안정되었다 (+1)

서서재 2019. 10. 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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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려고 생각해 둔 것들은 많은데 '연재'라고 할 만큼 퀄리티를 갖춰보려고 하니까 제대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그냥 의식의 흐름으로 그날그날의 개인적인 기록들을 남겨놓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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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컨디션이 좋다. 수영도 재미있고, 위스키의 참맛을 알게 됐고, 날씨도 선선해서 기분이 더 감성적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헤겔 수업에서 다음 시간까지 읽어가야 하는 부분을 열심히 읽었는데, 아쉽게도 목표치의 70%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하루하루 좀 더 안정감 있게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참고문헌은 찰스 테일러의 『헤겔』인데, 고집스럽게 원어(영어)로 읽어보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두려움 때문에 여태까지는 외국어로 학술적인 글을 읽는 것을 여태까지 최대한 기피해왔는데, 아무리 진도가 더디고 읽기가 고단해져도 이제는 최대한 원어로 읽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몇 년동안 그렇게 꾸준히 읽어서 영어/독일어로 쓰이는 학술적인 개념과 표현들에 충분히 익숙해져야만 유학을 가서도 최대한 빨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대학생활 동안 한 번도 꾸준히 하지 못한 영단어 암기를 포기하고, 최대한 많이 읽는 것으로 단어 공부를 대체하려는 심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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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로 학술적인 자료를 읽는 방식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예전에는 형광펜/볼펜 색깔별로 부여한 역할이 하나의 글을 읽는 동안에도 계속 바뀌고, 다른 글을 읽으면 다른 색깔 조합들을 적용하는 실험의 연속이었는데, 역시 지난 1년간 주구장창 읽으면서 조금은 발전한 것일까, 지금은 전보다 효율적인 독해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 원리나 방법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건 다음 기회에 잘 정리를 해서 <읽기의 기술>에 올리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일단 간단하게 기록만 해둔다.

 

<형광펜>

초록주황: 예전에는 저자의 주장이 담긴건 파랑, 근거는 짙은 초록, 예시는 연보라, 덜 중요한 근거 문장은 회색, 뭐 이런 식으로 문장에 내재되어있다고 생각되는 기능/역할(?)에 따라 색깔을 구별해서 표시했었는데, 이제는 나한테 충격이나 깨달음을 주느냐 안 주느냐로 구분하고 있다(impressive vs. trivial / 정보에 관한 루만의 정의가 이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는데 공부 좀 더 해보고 이거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야 할 듯). 그래서 꽤 흥미롭거나, 이해되지 않아서 곯머리를 앓고 있던 것이 해결되는 문장들은 주황, 딱히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은데 문맥상 왠지 표시는 하고 넘어가 줘야 될 것 같은, 안 해 놓으면 나중에 찾을 것 같은, 저자가 신경 써서 쓴 것 같으니까 예의상(?) 체크는 해놓는 것들은 연두색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각각의 색깔은 강도를 달리해서, 인상을 빡 주는 건 짙은 주황, 소소하게 신기한 건 옅은 주황으로, 이미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저자의 주장이나 핵심 내용/메시지를 담고 있는 문장은 짙은 연두, 아닌 것은 옅은 연두로 표시한다. 

청록 : 개념들이나 중요한 명사구들. 

노랑: 외국어라서 혹은 내용이 이해가 안되어서 잘 안 읽히는 문장들이나 외국어 표현들. 이 경우에는 내 나름대로 번역을 하면서 찬찬히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다가 잘 안되거나 귀찮으면 한글 번역본을 확인한 뒤에, 번역본의 문장을 옮겨 적었다. 

자주: 이 텍스트의 모든 핵심이 집약되어있는 문장들. 다른건 다 까먹어도 이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되는 내용들. 저자가 한 단락이나 부분을 요약/정리하면서 결론을 내리고 있는 부분들. 짙은 주황색을 넘어서는 강렬함을 담고 있는 부분들!

연보라: 나중에 외국어로 글 쓸 때, 글의 맛을 살려주는 문장들. 문장을 구성하는 데에 뼈대가 되는 표현들. (예전에는 모르는 단어들을 다 연보라색으로 칠해놓고 막 다른 데에 정리해놓고 그랬는데, 이제는 웬만한 것들은 그냥 그때그때 사전 찾으면서 넘기고, 정말 피가 되고 뼈가 되는 것 같은 표현이나 동사들만 특별대접을 해준다.)

 

<볼펜>

회색: 내가 직접 해본 번역이나, 혼잣말, 텍스트에 integral한 내용이 아닌 메모들

파랑: 내용을 정리/요약하는 메모들

빨강: 질문, 궁금증, 이해되지 않는 부분, 혹은 저자한테 딴지걸거나 끌끌 혀 차면서 쓴 메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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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무 꼼꼼하게(미련하게) 읽었는지 한 페이지에 30분씩 걸려서, 저녁 먹고 난 다음부터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뜻을 꼭 알아야만 하는 문장들만 번역본을 참고하면서 쭉쭉 읽어나갔다. 챕터의 남은 부분에는 그렇게 중요한 내용들이 없어서 슥슥 넘겨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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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 활자들한테 페티시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오늘 공부의 기록들..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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