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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이 새옷을 입고 다시 출간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입니다. 작년 말에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을 전국 도서관에 납품하면서 품절이 된 이후로 시간이 벌써 많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 책을 찾으신 분들이 계셨는데 증쇄를 바로 찍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 이 책에 어떤 종이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표지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월이 되었네요. 이번에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은 맨드라미 디자이너님(@mandramibook)의 작업으로 훨씬 맵시 있고 예쁜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568쪽이나 되는 두께에도 내용이 무겁거나 학술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조금 더 재치있게 다가오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 마이클 스타코위치 교수님의 깨알같은 농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석유 비축용 대형 탱크나 시멘트 몰탈 고체화를 통해 육상에 반영구 격리해야 한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현에는 130만 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녹아내린 원자로 건물에는 지금도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어 여전히 새로운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천 개가 넘는 탱크에 보관된 이 오염수를 대충 거르는 시늉만 한 뒤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절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우리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위험한 사람들에게서 발언권을 빼앗아야 합니다. 방류만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며 그들이 짜놓은 판에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논쟁의 프레임을 짜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해양 방류에 단순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

롯데는 물탱크에 10년째 감금한 흰 돌고래 벨라의 방류 약속 즉시 이행하고 환경단체에 대한 겁박식 고소를 즉각 취하하라

지금도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북극해에서 납치되어 끌려온 벨루가(흰 돌고래) ‘벨라’가 10년째 소형 물탱크에 감금된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쿠아리움’이라고 하면 자연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이 모방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벨라가 갇혀 있는 곳은 이러한 상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안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래도 없고, 해초도 없으며, 하다못해 바위도 없습니다. 벨라의 황량한 ‘아쿠아리움’은 그야말로 물탱크나 다름없습니다. 야생의 벨루가는 1,000m 수심까지 잠수하기도 합니다. 장거리를 이주하는 시기에는 2,000km를 헤엄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 아쿠아리움의 깊이는 7.5m밖에 되지 않습니다. 벨라의 몸길이가 4m정도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바랄 출판사의 첫 책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한바랄 출판사 네이버 스토어 사전 예약 하러 가기 도서 소개 책소개 및 출판사의 말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스타코위치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바다거북을 연구해 온 해양 생물학자입니다. 전 세계의 해변을 다니며 해변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새로운 해변에 갔을 때 그곳에만 서식하는 동식물이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는 한 편,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쓰레기들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변 쓰레기들을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고, 그 중 650장을 추려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해양 쓰레기 전반에 관해 설명하는 서론 장과, 해변 쓰레기를 유형별로 구분하여 설명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열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

카테고리 없음 2023.03.24

제주도 비자림로 확장 공사 중단을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 [비자림로공사중단챌린지]

지난 주 목요일, 저는 제주도 비자림로에 다녀왔습니다. 비자림로 공사 중단 챌린지를 이어 받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 그동안 챌린지에 참여하지 못했던 부채감을 무겁게 안은 채였죠. 현장에 가보니 곳곳에는 전기톱으로 난도질당한 나무들이 시체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찢어진 나무 조각들이 마치 살점처럼 보였고, 다 뒤집어엎어진 흙 위로는 벌써 도로 포장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무효 재판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새벽에 기습적으로 시작된 벌목의 현장이었죠. 사실 비자림로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습니다. 막히는 도로가 아닌데도 도로를 확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순으로 범벅되어 있는 이 공사가 무수히 많은 반대와 세 번에 걸친 공사 중단에도 다시 강행되는..

20221119 폰트의 두께는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

서점에서 레퍼런스로 사용할 독립출판물을 열심히 뒤적여보면서 든 생각인데, 폰트가 얇고 가늘수록 뭔가 중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다거나, 글쓴이가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거나, 혼잣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디스플레이로 볼 때는 울트라라이트 두께의 글씨가 뭔가 세련되고 맵시있어 보여서 나도 얇은 폰트에 욕심을 내곤 했었는데, 인쇄물로 확인해 보니, 일정 두께 이상은 되어야 자신감 있어 보이고 또박또박 잘 들리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글씨의 두께는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고나 할까... 너무 얇은 폰트는 아무리 인상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더라도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뭔가 힘 없고 희미하게 들릴락말락 이야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된다.

20221119 면지는 책을 열고 닫는 커튼과 같다.

나는 면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의 인상과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표지의 색상이 절제되어 있어도 면지의 색감이 뚜렷하면 전체적으로 짙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듣고 물도깨비 작가는 책의 앞뒤에 넣어지는 면지가 막을 열고 닫는 커튼과 같다고 말했다. 좋은 비유인 것 같다. 면지가 없는 책도 그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면지를 넣지 않은 것이겠지만(아니면 비용적인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면지가 있으면 커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 내용물/작품의 무게감을 더 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커튼이 없으면 권위적인 인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면지는 보통 색지 면지를 베다로 프린트한 제물 면지보다 높게 쳐주지만, ..

20221119 책을 만들 때도 실물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

책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내가 구상한 것이 책의 형태로 출력되고 제책되었을 때 어떤 모양이 되고 어떤 느낌과 효과를 줄지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가제본을 뽑아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디자인이 완성됐을 때 세부적인 사항들을 교정하기 위해서 확인차 뽑아보는 의미이고, 제작과정에서 일일이 가제본을 만들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실물 레퍼런스 도서가 많이 필요하다. 내가 만드려고 하는 사이즈의 책, 내가 써보고 싶은 폰트를 쓴 책, 내가 도판을 배치하고 싶은 방식의 그리드를 적용한 책, 내가 만드려고 하는 책의 두께감을 가지고 있는 책, 내가 써보고 싶은 종이를 쓴 책, 가로로 넘기면서 읽다가 세로로 돌려서 읽기도 하는 독서방향을 미리 적용한 책 등등... 이런 레퍼런스 ..

20221119 여백은 액자와 같다.

책 내지의 여백은 액자와 같다. 여백을 아까워해선 안 된다.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은 인쇄가 된 것이 없을 뿐 그 자체로 액자와 같이 내용물을 감싸 안아서 시선을 안배하고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도판을 넣을 때 이는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 그림이나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 가득 베다로 채우는 경우에 사진이 커지는만큼 독자에게 더 강조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러면 액자가 사라져서 사진이 책에서 가능한 가장 큰 크기로 삽입됨에도 배경이 되어버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진에 주목하세요, 잠시 멈춰서 이 사진을 감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액자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렇게 베다로 들어간 사진을 '감상용' 사진이라고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20221119 폰트는 신발과 같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앞 부분에는 폰트가 신발과 같다고 나온다. 남과 같은 신발은 피하고 싶지만 너무 화려하면 인상이 과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한껏 꾸미고 싶은 지면이라면 하이힐 같은 서체를 쓰겠지만, 오래 걸어야(읽어야) 하는 글이라면 발(눈)이 아플 것이다. 옛글 느낌을 주고 싶다면 짚신이나 나막신이나 가죽신이나 고무신 중에서 알맞은 것을 골라야 할 것이다. 이번 책 표지에 어떤 폰트를 써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조금 감이 잡혔다. 해변 청소를 할 때 신는 단단한 운동화 같은 느낌의 폰트를 찾아봐야겠다. 세련되거나 매대에서 이목을 잡아 끌 수 있는 폰트보다 해변 청소에 어울리는 느낌의 폰트. 장화보다는 운동화. 컨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