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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구역 — 물살이들을 더 크게, 더 많게, 더 다양하게!

해양생태학자인 벤자민 S. 할펀Benjamin S. Halpern은 해양보호구역을 설치한 곳에서는 어획이 이루어지는 해역에 비해 생물 밀도가 200% 가까이 증가하고, 생물량은 250%, 평균 체장은 3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는 번식력이 240% 이상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필리핀 수밀론 섬 인근에 설치된 해양보호구역에서는 9년 동안 대형 포식자의 수(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어류들은 먹이를 쫓다가 어망 등에 혼획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업 금지 지대를 만듦으로써 개체수가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 해안에 설치된 해양보호구역에서도 괄목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이곳의 가리비placopecten magellanicus들은 평균 수명이 대폭 증가하고..

지금은 ‘완전한’ 해양 보호구역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인간이 자행해 온 수많은 활동들은 바다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파괴해 왔다. 우리는 바다에 살고 있는 생명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여전히 너무나 많음에도, 그들에 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그들을 없애버리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잡아들일 수 있는 어류가 바다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한때 바다를 가득 메웠던 생물들이 인간 때문에 깡그리 사라진다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예전에는 너무 어리고 작아서 다시 놓아줬던 개체들이 지금은 식탁 위에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바다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만 한다. 그 전환의 중심에 놓이는 해결책이 바로 ‘완전한’ 해양보호구역이다. 완전한 해양보호구역이란 어업을 비롯한 모든 인간활동을 전면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물고기'에서 '물살이'로

“물살이” 저는 이 말을 처음 접한 순간 단박에 설득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수산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물속에 살고 있는 존재일 뿐이었죠. 육지에 사는 동물을 ‘육고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물고기’라는 표현은 물에 사는 동물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충 싸잡아서 먹거리로만 보겠다는 심보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명으로 역동하던 바다가 오늘날 남획으로 텅 비어버리게 된 현실은 이러한 언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물살이는 물고기에 비해 좀 더 생명친화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사 중심적인 개념은 세상을 정지해 있거나 죽은 대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반면, 동사 중심적인 개념은 세상을 생동하고 역동하고 살아 있는 존재를 중심으..

20220923 로고 디자인 실패 및 자원순환형 도서 배송 파우치 기획

1 로고 디자인 공모전 플랫폼에서 나름 거금을 주고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완전히 망했다. 이렇게 실망하게 될 줄은 몰랐다.. 브리핑 내용을 전혀 안 읽고 대충 디자인한 시안이 많았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다. 아무래도 브리핑을 너무 구구절절 길게 쓴 탓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고 심플하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재량에 맡겼어야 하는데, 너무 디렉션을 많이 썼나보다. 70만원을 주고 디자이너와 소통에 실패하는 경험을 얻었다.. 나는 항상 말을 더 많이 해야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간결명료함을 배워야하는 때인 것 같다. 70만원짜리 교훈이다.. 2 언유주얼굿즈페어에 다녀왔다. 폐현수막을 업사이클한 도서 배송용 파우치를 제작해줄 업체..

20220921 불안과의 싸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싸우기 위해서 일단은 쭉 적어보자.. 그리고 대처 방안을 옆에 적어보자.. -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파우치 제작 업체에서 컨설팅을 못해주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어디에서 다시 컨택을 해서 현수막을 수급하고 파우치를 제작해야 하지. 제작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회적 기업이 없거나 단가가 너무 비싸면 어떡하지. 일회용 택배 상자나 종이 봉투에 책을 담아서 발송한다고 했을 때 과연 독자들이 용납할까. >>> 그 업체에서 컨설팅을 안해준다면 직접 부딪히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서울새활용플라자와 구청에서부터 시작해서 폐현수막을 공수하고 시제품을 먼저 만들어보자. 그런 다음에 사회적 기업 몇 군데에 이메일을 보내서 파우치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와 생산 단가를 확인해보자. 우체..

[번역 일기] 20220605 바다 환경 전문 출판사를 세우고 환경운동을 하면서 내게 생긴 변화

예전에 저는 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사상이 부족해서, 혹은 모두를 설득시킬 만한 사상이 완성돼 있지 않아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세계적인 사상을 낳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매일매일 저를 채찍질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길은 걸을수록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계속 읽는데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만 더 눈에 들어오고, 외국어를 두 개나 할 수 있게 됐는데도 할 수 있게 된 말보다 못 하는 말 때문에 답답해했죠. 똑똑한 사람을 만나면 기쁘기보다 경쟁심이 먼저 들었고, 그러면서 모순적이게도 저와 뜻이 맞는 사람이 없다며 지독하게 외로워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문제가 제가 공부를 더 하고 더 높은 학위를 따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세계적인 사상가가 ..

[읽기의 기술] 20211227 번역을 위한 독일어 독해 공부

20211227(월) 연말에 일감이 없는 동안 오랜만에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Hueber 출판사에서 나온 「Die Schwierige Wörter」 를 외워봐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을 Quizlet에 옮겨 적었는데, 다 적고 나니 힘이 빠져서 더 하기가 싫어졌다..ㅋㅋ;;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영어 번역을 할 때는 원서로 250 페이지 분량의 책을 2~3일 안에 다 읽고 내용을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내가 독일어로 그 정도 속도와 정확도를 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려면 책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예전부터 이 글에 소개된 공부법을 실천해보고 싶었다. (https://brunch.co.kr/@dohyunkim/32) 영어, 리딩만으로 어..

[번역 이야기] 30. 선배 번역가 탐구 1탄 - 한국 번역사의 시조始祖, 서재필

지금 조선에 제일 급선무는 교육인데, 교육을 시키려면 남의 나라 글과 말을 배운 후에 학문을 가르쳐야 하거늘 교육할 사람이 몇이 못 될지라.그런고로 각종 학문 책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가르쳐야 남녀와 빈부가 다 조금씩이라도 학문을 배울 것이니, 한문을 배워 가지고 한문으로 다른 학문을 배우려 하면 이십여 년이 지나도 그 나랏말 할 사람이 그중에 몇이 못 될지라. - 서재필, 『독립신문』 제2권 제92호, 1897.8.5 - 한국에서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지금이야 매년 출간되는 책 다섯 권 중 한 권이 번역서일 정도로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서 번역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번역이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지금처럼 활발히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예전에는 엘리트들이 한문을 그대로 가져..

[번역 이야기] 29. 번역은 어째서 이렇게 재미있을까? (ft. 칙센트미하이와 Flow 이론)

와, 여러분. 도대체 번역은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까요? 저는 전업 번역가가 되어 매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만, 직업적으로 매일 반복하는 일이라 지겨워질 법한데도 이상하게 하루하루 번역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즐겁습니다. 음악도 따로 듣지 않고 골방에 혼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며 타자를 열심히 두드리는 게 전부인 일인데, 어떤 텍스트를 번역하더라도 장르에 무관하게 번역은 일단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예전에는 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학자의 길을 걷는 것만 고집했을까 싶습니다. 번역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번역가의 직업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을 보면 다른 번역가들도 번역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

[번역 이야기] 28. 빌 에반스, 그리고 지난한 데뷔의 강을 건너는 번역가 지망생의 자세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 제 직업을 소개할 때 애매한 점이 많습니다. 아직 역서가 없고 데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 자신을 '번역가'라고 지칭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괜히 '번역가 지망생'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무슨 책을 번역했느냐"라는 질문을 들으면 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데, 한편으론 검토서 작성처럼 번역 에이전시에서 꾸준히 일감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고, 에이전시에서도 저를 '번역가님'이라고 불러주고 있으니 번역가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가 요즘 제가 내린 나름의 타협안은 저 자신을 "소속사는 있지만 데뷔를 못 한 아이돌 연습생 같은 신분"이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TV에는 안 나오지만 지방 행사를 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