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랄 |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부닥치며 배우는 출판의 기록

20220921 불안과의 싸움

서서재 2022. 9. 21. 23:08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싸우기 위해서 일단은 쭉 적어보자.. 그리고 대처 방안을 옆에 적어보자..

 

-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파우치 제작 업체에서 컨설팅을 못해주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어디에서 다시 컨택을 해서 현수막을 수급하고 파우치를 제작해야 하지. 제작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회적 기업이 없거나 단가가 너무 비싸면 어떡하지. 일회용 택배 상자나 종이 봉투에 책을 담아서 발송한다고 했을 때 과연 독자들이 용납할까.

>>> 그 업체에서 컨설팅을 안해준다면 직접 부딪히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서울새활용플라자와 구청에서부터 시작해서 폐현수막을 공수하고 시제품을 먼저 만들어보자. 그런 다음에 사회적 기업 몇 군데에 이메일을 보내서 파우치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와 생산 단가를 확인해보자. 우체국과 연계해서 우체통을 통한 회수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배송을 할 때 동봉할 안내문도 제작해야 한다. 이번 책을 출간하는 것에 맞춰서 파우치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면 이번에는 황해문화 배송올 때처럼 종이봉투로 하되, 최대한 재생지를 활용한 봉투가 있는지 찾아보자. 

 

- 마음에 드는 로고 디자인이 없으면 어떡하지. 결국 70만원 그냥 날리게 되는 게 아닐까.. 

>>> 일단은 아직 마감까지 26시간이 남았다. 마감 직전에 시안이 많이 올라온다고 하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다른 후기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지막에 선택의 기로에 서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잠시 다른 데로 신경을 돌려보자. 자꾸 사이트 들어가보지 말고.. 

 

- 12월 전에 생활비가 떨어질 것 같다. 그러면 책 출간 작업과 알바를 병행해야 하는데, 그때 일을 병행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 일단 번역을 완료하고 나면 일주일에 며칠 정도는 알바를 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시 카페일을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거나 상심에 빠지지 말자. 

 

- 북디자이너 선생님이 10월에 일정이 안되시거나 우리 책을 디자인해줄 수 없다고 하시면 어떡하지. 다른 디자이너를 물색해봐야 하는데.. 인쇄소나 친환경 인쇄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조언을 얻지 못하면 어떡하지.

>>>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자.. 일단 이번주 안으로 일정이 가능하신지 메일을 드려보자. 다음 일은 그 다음에 걱정해도 늦지 않다. 

 

- 종이값이 올해 40%나 올랐는데 인쇄비가 너무 많이 들면 어떡하지.

>>> 고지율 100% 재생지는 원료를 수입하는 게 아니니까 좀 상황이 낫지 않을까.. 일단 커넥티드에 가서 인쇄 상담을 받아보자. 

 

- 500부가 다 안 팔리면 어떡하지. 증쇄를 못 찍으면 어떡하지. 

>>> 그래도 이 다음에 출간될 책이 엄청난 책이니까 낙담하지 말자. 그 다음 책에서 승부를 보면 된다!

 

- 다 팔았는데도 수익이 조금밖에 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 일단 다 팔고 걱정하는 걸로... 어차피 다 팔아도 적자인거 이미 아는 상황이니까. 한 권의 책을 내는 전과정을 경험해봤다는 게 큰 자산이자 경력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자. 독자들과 환경운동가들께 우리 출판사를 알리는 1년이었던 것도 의미가 있고! 

 

- 슈프링어에서 컨펌 답장이 너무 늦게 와서 전체 일정이 밀리면 어떡하지. 

>>> 설마 이번에도 휴가가고 북페어 출장 가서 한 달 넘게 답장 안 주려나.. 진짜 제발 답장좀 빨리 주면 좋겠다ㅜ 컨펌나는 건 너무 늦어지면 인쇄 일정이 다 밀리는데.. 일단 텀블벅 실시하기 전에 원고랑 디자인 다 준비해서 컨펌 요청 보내면 텀블벅 진행되는 동안에는 기다릴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해 본다.. 정 답장이 늦으면 국제전화를 걸자. 

 

-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물에 대한 반응이 별로면 어떡하지. 이 바닥에서 우리 출판사가 외부인처럼 받아들여지면 어떡하지. 

>>> 일단 출판사 계정에서는 어떤 포스트들을 올릴지 디자인을 해보자. 최대한 스토리를 많이 활용하자. 초반에 관심이 적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이 활동을 하는 단체들은 다 몇 년씩 여기에서 우직하게 활동해온 단체들이니까, 우리 출판사가 이 활동들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 성실하게 책을 내고 해변을 청소하러 다니고 시위를 하러 다니는 게 중요하다. 

 

- 텀블벅 모금액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 200만원은 그래도 넘지 않을까.. 아자아자.. 처음 출판하는 거니까 너무 큰 성공을 바라지 말자. 오히려 너무 수요가 많으면 여러가지 출판 실험을 많이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 서점이나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입고를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으면 어떡하지. 

>>> 한 곳에 책을 여섯 권씩 보내게 될 텐데 전국에 열 군데 이상은 입고할 수 있지 않을까? 열 군데는 충분히 가능하고, 20곳을 목표로 해봐도 벌써 120권이다. 내년 한 해 동안 북페어에 열심히 나간다면 50권 이상은 더 팔 수 있을 것이다. 

 

- 독자들이 책을 막상 읽어보고 별 내용이 없다고 생각해서 실망하면 어떡하지.

>>> 이미 번역도 끝났고 디자인도 끝나서 책이 나온 마당에 독자 반응이 별로라면 운명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여야지 뭐.. 다음 책에서 재도전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