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에서 나온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앞 부분에는 폰트가 신발과 같다고 나온다. 남과 같은 신발은 피하고 싶지만 너무 화려하면 인상이 과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한껏 꾸미고 싶은 지면이라면 하이힐 같은 서체를 쓰겠지만, 오래 걸어야(읽어야) 하는 글이라면 발(눈)이 아플 것이다. 옛글 느낌을 주고 싶다면 짚신이나 나막신이나 가죽신이나 고무신 중에서 알맞은 것을 골라야 할 것이다.
이번 책 표지에 어떤 폰트를 써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조금 감이 잡혔다. 해변 청소를 할 때 신는 단단한 운동화 같은 느낌의 폰트를 찾아봐야겠다. 세련되거나 매대에서 이목을 잡아 끌 수 있는 폰트보다 해변 청소에 어울리는 느낌의 폰트. 장화보다는 운동화. 컨버스 보다는 좀더 우직한 느낌의. 구두는 절대 아니고, 슬리퍼도 안 되고.
폰트는 신발이라면 표지는 옷이나 외투라고 볼 수 있을까?:) 디자인을 직접 해야 하다 보니 전적으로 미적 감각에 의지해야 하는 것 같아서 막막하고 두려웠는데 약간은 나침반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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