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랄 |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부닥치며 배우는 출판의 기록

20221119 여백은 액자와 같다.

서서재 2022. 11. 19. 22:59

책 내지의 여백은 액자와 같다. 여백을 아까워해선 안 된다.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은 인쇄가 된 것이 없을 뿐 그 자체로 액자와 같이 내용물을 감싸 안아서 시선을 안배하고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도판을 넣을 때 이는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 그림이나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 가득 베다로 채우는 경우에 사진이 커지는만큼 독자에게 더 강조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러면 액자가 사라져서 사진이 책에서 가능한 가장 큰 크기로 삽입됨에도 배경이 되어버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진에 주목하세요, 잠시 멈춰서 이 사진을 감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액자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렇게 베다로 들어간 사진을 '감상용' 사진이라고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베다로 넣은 사진이 전경에 나오지 못하고 물러난다는 것은 그 나름의 효과에 따라 적절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분위기나 그 챕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려주는 데에 베다로 한 페이지를 채운 사진은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