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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죽이면 바다도 죽는 이유 1 - 대양을 넘나드는 영양소의 운반자, 고래

🧑‍💻 안녕하세요!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의 번역가 서서재입니다:) 지난 주에는 일본 포경 산업의 역사를 다루는 논문을 정리해보았는데, 다음에 정리할 자료를 찾다가 일본 IWC 대표단이었던 고마쯔 마사유끼의 『고래는 잡아도 좋다』(한국수산신보사, 변창명 옮김)를 읽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담긴 포경 찬성론의 주장들이 너무 기절초풍할 정도로 이상하고 뒤틀려 있어서 여러분들께 꼭 소개를 하고 싶었는데, 일단 그 전에 고래를 왜 절대로 죽이면 안 되는지 공부를 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틈틈이 고래가 해양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들을 하나씩 정리해 오려고 합니다:) 연말에 텀블벅을 할 예정인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은 이제야 비로소 번역이 끝나서 교정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ㅠㅠ..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6 - 일본 국민들이 고래사냥을 옹호하는 이유

2011년에 일본 AP 뉴스는 고래사냥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상업 포경과 고래 사체 유통/판매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2%의 일본인은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관심 없다/상관 없다’는 응답은 35%, ‘반대한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로 고래 사체를 즐겨 먹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의 분포는 이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래 사체를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12%밖에 되지 않았으며, 66%는 고래 사체를 먹을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포경 반대 운동 단체 IKAN은 2010년을 기준으로 일본인의 실제 고래 사체 소비량은 1인당 23.7g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이는 해산물 29.6kg/명이나 기타 육류 29.2kg/명에 비하면 티끌만..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5 - IKAN과 시셰퍼드, 일본에 대항하여 반포경 운동을 벌이다

서구에서는 그린피스나 시셰퍼드가 국제여론을 주도하며 적극적인 반포경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내부에 고래잡이에 반대하는 NGO는 거의 없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일본 지부도 고래잡이에 관해 보도하는 일이 드물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 이루카 앤 쿠지라 행동 네트워크The Iruka & Kujira Action Network (IKAN; IKA-Net으로 줄이기도 함 — 옮긴이)’는 몇 안 되는 일본의 고래잡이 및 돌고래 학살 반대 단체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 IKAN 홈페이지: http://ika-net.jp/en/ Iruka & Kujira Action Network ika-net.jp 1996년에 IKAN의 활동가들은 일본 시즈오카현 후토에서 이루어진 불법 돌고래 사냥을 ..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4 - 일본이 IWC에 남았던 이유와 결국 탈퇴한 이유

상업포경 금지조치가 최종 결정된 이후에 일본은 몇몇 포경국가와 마찬가지로 IWC를 탈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IWC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IWC 가입이 전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국제 규범을 존중하고 따르는 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학 조사’ 명목으로라도 남극에서 고래를 잡으려면 IWC 회원국 지위가 있어야만 했는데, IWC를 탈퇴하면 그것마저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후에 다시 모라토리엄 해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축적해 놓아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도 남극에서의 포경은 중요했다. 더 나아가, 남극에서의 포경은 남극해에서 일본의 해상 지배권을 확보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3 - 상업 포경 금지 조치에 반기를 들다

🧑‍💻 뉴스펭귄(@news.pengui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열린 국제포경위원회 68차 총회에서 중남미의 앤티가바부다가 상업적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와 감비아, 기니 공화국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배후의 흑막으로 일본이 지목되고 있는데, 일본이 이렇게 IWC 회원국들을 이간질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 포스트에서 그 과거를 알아보겠습니다. 📖 고래의 개체수 붕괴에 대한 국제포경위원회의 대응은 처음에는 어획량 쿼터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IWC는 실질적으로 보호 효과가 있을 정도로 낮은 어획량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결정된 어획량에 도달하기 전에 서로 더 많이 잡으려고 내달리는 기현상을 낳게 되었다. 어획량 제한으로 ..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2 - 고래 보호의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다

"86년도에 상업적 고래 사냥 금지 조치가 국제적으로 선언되었지만, 대부분의 고래는 아직까지도 개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고래의 생물량은 종전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60년대가 되자 전 세계의 포경산업은 점점 축소되며 사양 산업이 되기 시작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래의 지능에 관한 연구가 속속 등장하면서 고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제 여론은 고래를 잡아선 안 된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미국과 호주, 서유럽에서는 포경 반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1970년에 미국에서는 대형 고래들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고래 사체의 수입과 생산을 금지하는 해양포유류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고래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반대로 나아갔다. 60년대부터 일..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1 - 일본은 왜 IWC에 가입했을까?

🧑‍💻 이번 포스트에서는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와 일본이 그렇게 고래잡이에 집착하는 나라인데도 왜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했는지에 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약 3~4일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데, 너무 일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포스트가 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모두 한국의 고래잡이 현황을 충격적으로 알리기 위한 빌드업이에요.. 📖 “20세기 백 년 동안 포경산업에 의해 사냥 당한 고래는 모두 3백만 마리이며, 이 중 50만 마리가 일본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포경산업이 무차별적으로 고래들을 학살하는 동안 사람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갈렸다. 한 쪽은 고래가 모두 죽어서 멸종하는 것을 걱정했고, 다른 한 쪽은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래들이 보..

세계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 11세기부터 상업적 포경 금지 조치까지

🧑‍💻 안녕하세요 여러분! 한바랄 출판사의 번역가 서서재입니다. 이번에는 고래잡이와 포경산업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와보았습니다:) 이번에 울산에서 여느때와 같이 논란의 고래 축제가 열리기도 했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마침내 가두리 훈련장을 벗어나 바다로 돌아가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고래에 관해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어졌는데, 자료를 찾다보니 국제포경위원회를 둘러싼 포경 산업의 변천사를 통해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를 ‘지속가능하게 잡자’는 목적으로 발족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고래류 보호에 앞장서는 기구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무엇인지 파헤치다 보..

수산업이 물살이를 죽이는 16가지 방법

** 일러두기: 이 논문에서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이 옳은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논문은 동물을 죽일 때 최대한 고통이나 공포 없이 ‘인도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동물 복지의 관점을 대변하지만, 수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잔인한 생명 학대의 실상을 엿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물살이들은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생명을 죽여야만 할 경우에는 대상이 고통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수산업 현장에서 이러한 윤리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무시된다. 현장에서 물살이들은 지극히 잔인한 방식으로 학살당한다. 이제는 어류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방법 1] 공기 중에서 질..

워커홀릭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가려진 일중독, 혹은 과잉적응증후군

일하는 것, 혹은 일을 많이/잘 하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 중독은 문제적인 증상으로 여겨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일도 술이나 마약처럼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독자의 일상과 관계를 망가뜨린다. 일을 즐겁게 하는 것과 일을 중독적으로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일 중독자는 충분히 일을 많이 하고 성과가 나온 상황에서도 휴식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 중독과 건강의 차이는 ‘현재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룰 수 있는가?’하는 것인데, 일중독자는 일을 멈추거나 나중에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거식증에 걸려서 수척하게 마른 사람이 자기는 마르지 않았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일중독자도 자신이 일중독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