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랄 |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바다 환경문제 깊이 읽기

고래를 죽이면 바다도 죽는 이유 1 - 대양을 넘나드는 영양소의 운반자, 고래

서서재 2022. 10. 28. 05:11

<고래를 죽이면 바다도 죽는 이유 1 - 대양을 넘나드는 영양소의 운반자,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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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의 번역가 서서재입니다:) 지난 주에는 일본 포경 산업의 역사를 다루는 논문을 정리해보았는데, 다음에 정리할 자료를 찾다가 일본 IWC 대표단이었던 고마쯔 마사유끼의 『고래는 잡아도 좋다』(한국수산신보사, 변창명 옮김)를 읽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담긴 포경 찬성론의 주장들이 너무 기절초풍할 정도로 이상하고 뒤틀려 있어서 여러분들께 꼭 소개를 하고 싶었는데, 일단 그 전에 고래를 왜 절대로 죽이면 안 되는지 공부를 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틈틈이 고래가 해양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들을 하나씩 정리해 오려고 합니다:) 

연말에 텀블벅을 할 예정인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은 이제야 비로소 번역이 끝나서 교정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ㅠㅠ 저의 느린 번역 속도와 여러 변수들로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출간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지만, 첫 출판인 만큼 여러가지 시행착오 속에서 많이 배워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행본 준비 소식도 틈틈이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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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바람이 불지 않아도 파도를 만들고 물길을 열어 생명의 씨앗을 전해주는 존재들이 있으니, 그 바다의 수호자는 바로 고래들이다.

고래가 먹고 숨 쉬고 소화시키고 배설하고 휴식하면서 취하는 모든 움직임과 활동들은 바다에 바람이 불고 해류가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닷속 영양분을 운반하고 확산시킨다(Roman & McCarthy 2010). 바다에 바람이 불지 않는 동안에도 영양분이 전파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래들이 있기 때문이다(Dewar et al. 2006).

저위도와 고위도를 넘나들며 초장거리를 이동하며 생활하는 고래들은 지구적인 차원에서 영양분을 수평적으로 운반한다. 예를 들어, 혹등고래는 북반구에서는 알래스카에서 먹이를 먹고 하와이나 멕시코까지 내려와 번식을 하며, 남반구에서는 남극에서 먹이를 먹고 호주나 남태평양 제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연안에서 새끼를 낳는다(Reilly et al. 2008). 

이 과정에서 혹등고래는 영양분이 부족한 열대나 아열대 해역에 소변의 형태로 다량의 질소를 공급한다. 몸무게가 105톤인 대왕고래 한 명命은 하루에 450g의 질소를 분비하며, 수유 중인 비슷한 크기의 대왕고래는 질소를 하루에 3.3kg까지도 분비한다. 

대왕고래도 질소가 풍부한 남빙양에서 질소가 부족한 저위도의 바다로 매년 최대 88톤의 질소를 수평적으로 운반하고 있다. 그런데 상업 포경으로 학살당하기 전의 대왕고래 무리들은 24,000톤에 달하는 질소를 운반해주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식물플랑크톤의 풍요로운 번식으로 이어져 연간 14만 톤의 탄소를 격리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Yool et al. 2007). 

한편, 남극해에는 철분이 부족해서 일차생산량이 제한되는데, 향유고래가 구름처럼 흩뿌리는 배설물에는 남극해의 평범한 바닷물보다 천만 배 높은 농도의 철분이 들어 있다(Nicol et al. 2010). 이로써 폭발적으로 수가 늘어난 식물플랑크톤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대기로부터 연간 20만 톤의 탄소를 포집하여 격리하게 된다(Lavery et al. 2010). 

고래들이 수면과 심해를 오가며 수직적으로 영양소를 운반하는 것을 “고래 펌프(whale pump)”라고 부른다면, 고래들이 대양을 넘나들며 수평적으로 영양소를 운반하는 것은 “고래 컨베이어 벨트(Whale conveyor belt)”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Whales as marine ecosystem engineers”
Roman et al. 2014,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2014, Sep; 12(7), pp. 377~385에서 발췌



아주 예전에는 바다를 '바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 바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 예전의 오염되지 않고 건강하던 바랄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큰 바다'라는 뜻의 '한바랄'에는 이처럼 생명으로 풍요롭게 역동하던 과거의 바다를

기억하고 회복시키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과거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자 합니다. 

책으로, 해양 정화 활동으로, 시위로.

 

#바다환경문제전문출판사 #한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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