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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3 - 상업 포경 금지 조치에 반기를 들다

서서재 2022. 10. 28. 05:06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3 - 상업 포경 금지 조치에 반기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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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news.pengui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열린 국제포경위원회 68차 총회에서 중남미의 앤티가바부다가 상업적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와 감비아, 기니 공화국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배후의 흑막으로 일본이 지목되고 있는데, 일본이 이렇게 IWC 회원국들을 이간질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 포스트에서 그 과거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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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개체수 붕괴에 대한 국제포경위원회의 대응은 처음에는 어획량 쿼터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IWC는 실질적으로 보호 효과가 있을 정도로 낮은 어획량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결정된 어획량에 도달하기 전에 서로 더 많이 잡으려고 내달리는 기현상을 낳게 되었다. 어획량 제한으로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졌으며, 이에 따라 쿼터를 초과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한편, 1970년대 초반에는 고래사냥 전력이 없지만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IWC에 가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80년경이 되면 고래를 잡아선 안 된다는 입장의 국가들이 IWC 내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 이 덕분에 IWC는 고래의 개체수를 관리하며 포경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구에서 고래 보호 기구로 성큼 나아갈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상업 포경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이 못마땅했던 일본은 IWC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3세계 국가들에게 원조와 개발 사업을 지원해 줄 테니 IWC에서 일본을 위해 투표해달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일본의 이러한 시대착오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IWC의 입장은 점점 견고해졌다. 그리고 1982년이 되자 86년을 기점으로 향후 10년간 상업적 고래사냥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이 가결되어 통과된다(물론 모라토리엄의 대상은 향유 고래와 같은 수염 고래들이었고, 작은 고래와 돌고래는 포함되지 않았다). IWC의 계획은 일단 고래 사냥을 금지하여 고래의 멸종을 급하게 막고, 1990년이 되면 고래의 개체수를 다시 조사해서 모라토리엄의 효과를 확인한 뒤에 규제를 완화하거나 조정된 어획량 쿼터를 재개할지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모라토리엄에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단호한 결정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일본이 모라토리엄에 대한 이의 제기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일본이 조업할 수 있는 어획량을 10만 톤이나 깎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일본 수산업계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일본은 2년간 협상을 한 끝에 모라토리엄 반대 의사를 철회하게 된다. 

이후 일본은 상업 포경 금지 조치를 뒤집어 무효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감추고, 모라토리엄이 허용하는 한계 안에서 고래사냥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국제포경규제협약(ICRW) 제8조를 활용하면 꼼수로 고래를 잡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ICRW 제8조는 과학 조사를 목적으로 할 경우 자국 영해 바깥에서도 특별히 포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었다. 일본은 이 조항에 따라 남극에서 과학 조사 목적으로 밍크고래 300마리를 잡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얕은 수는 쉽게 간파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일본의 남극해 포경이 IWC 모라토리엄 위반이라고 보았고, 1988년 1월에 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모든 일본 어선을 퇴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물론 IWC의 모라토리엄에 반기를 든 것은 일본만이 아니었다. 캐나다는 모라토리엄 선고 이후 IWC를 탈퇴했고, 페루와 노르웨이, 소련도 일본과 함께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페루는 이후에 철회함).)

이에 일본은 IWC 탈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미국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일본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에 IWC를 탈퇴하여 고래 사냥이라도 구하는 것이 나은 선택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IWC에 남기로 결정한다. 

"Japan’s Whaling Policy: The Reasons for Leaving the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Fynn Holm, <Japan 2019: Politik, Wirtschaft, Gesellschaft>(2009), pp. 126~151 참조


아주 예전에는 바다를 '바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 바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 예전의 오염되지 않고 건강하던 바랄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큰 바다'라는 뜻의 '한바랄'에는 이처럼 생명으로 풍요롭게 역동하던 과거의 바다를

기억하고 회복시키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과거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자 합니다. 

책으로, 해양 정화 활동으로, 시위로.

 

#바다환경문제전문출판사 #한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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