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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의 간략한 역사 3

서서재 2022. 10. 10. 16:21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의 간략한 역사 3>

남반구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연구가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반구에 플라스틱 오염이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반구의 바닷새 60종 중 40종이 플라스틱을 먹고 있었으며(Ryan 1987a), 플라스틱을 섭취한 새끼들은 플라스틱으로 위장이 채워진 탓에 한 번에 소화시킬 수 있는 양이 적어 훨씬 느린 성장속도를 보였다(Ryan 1988c). 

해양 쓰레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짐에 따라 1980년대부터는 이에 관한 국제회의가 점점 많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해양쓰레기의 생애와 영향에 관한 워크숍The Workshop on the Fate and Impact of Marine Debris’(1984)이 있었다. 비록 91%의 참가자가 미국인이고 논의 대상도 북태평양에 치중되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워크숍에서는 해양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여기서는 대중의 문제의식 함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되었으며, 1)고위험 플라스틱 물건의 투기 규제와 2)어망 재활용, 그리고 3)생분해성 소재를 활용한 어망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1972년에 '런던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of pollution by dumping of wastes and other matter)'이 체결되면서 비로소 포문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런던 협약은 선박 운행상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는 폐기물의 투기를 예외로 하는 한계가 있었다. 

1984년에는 제1차 국제 해양쓰레기 컨퍼런스International Marine Debris Conference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관한 주요 의제를 수립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제 해양쓰레기 컨퍼런스를 계기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양한 경로로 바다에 유입된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이에 따라 다각적인 차원의 저감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 것은 수산업계와 플라스틱 산업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하는 것이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기는 1988년에 ‘해양 오염 방지 협약(MARPOL)’의 부속서 V가 발효되면서 마련되었다. MARPOL 부속서 V의 서명국들은 선박 기인 쓰레기의 97%에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해상에서 생긴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항구 시설을 확충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아울러 MARPOL 부속서 V는 플라스틱 제조사와 가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고, 플라스틱 펠릿의 해양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엄격한 조치들을 도입했다. 

국제사회가 해양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기 시작한 덕분인지 1990년대부터는 해양플라스틱의 증가세가 완만해지기 시작했다. 남극 물개가 해양쓰레기에 얽히는 문제는 최근 20년 동안 선박에 의한 쓰레기 투기를 적극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상당히 감소했으며, 호주에서도 MARPOL 부속서 V가 도입된 이후로 해변 쓰레기의 양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보고되었다. 

한편 바닷새의 플라스틱 섭취 경향에도 장기간에 걸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닷새의 플라스틱 섭취 건수는 60~70년대에 급증했는데, 80~90년대부터는 상승폭이 완만해졌다. 최근에는 바닷새들이 플라스틱 펠릿을 삼키는 빈도가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펠릿의 바다 유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분적으로나마 성과를 보였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바닷새들이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 조각을 먹는 현상은 여전하다. Eriksson과 Burton(2003)은 물개가 샛비늘치lantern fish를 잡아먹으면서 샛비늘치의 뱃속에 있던 플라스틱을 함께 삼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먹은 작은 생물을 더 큰 생물이 잡아먹음으로써 간접적으로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는 ‘2차 섭취’ 문제가 조명을 받게 되었다.

(4부에서 계속)

<Chapter 1. A brief History of Marine Litter Reserach> 
Peter G. Ryan
Marine Anthropogenic Litter, p.p. 1~2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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