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나/번역 이야기

[번역 이야기] 25.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① (정확성/충실성/성실성을 중심으로)

서서재 2021. 7. 24. 04:54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번역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론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 원본을 똑같이 모사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얼마만큼 원본을 똑같이 재현해내느냐에 따라 좋은 번역인지 아닌지가 판별될 수 있습니다. 번역이 하나의 세계를 다른 세계에 소개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두 세계의 접점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느냐, 이를테면 도착어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확장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지요. 그런가하면 번역을 비주류 문화가 주류 문화를 거울삼아 자신의 문화적 자신감이나 우월성을 확립하는 행위일 때는 번안에 가까운 창작적 번역이 더 우대받기도 합니다. 포스트식민주의 번역에서 보는 좋은 번역의 기준이 다르고, 페미니즘 번역에서 보는 좋은 번역의 기준이 다르죠. 정말로 좋은 번역은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필요에 따라 수도 없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렇게 이론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좋은 번역을 정의하는 일을 잠시 접어두려고 합니다. 그 대신 이번에는 정반대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좋은 번역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번역을 탐구하는 것이지요! 나쁜 번역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나쁜 번역의 사례들을 두루 살펴본다면 그것들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의 번역을 좋은 번역으로 발전시켜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 우리는 나쁜 번역을 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만 합니다. 아아, 여태까지 항상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었는데, 나쁜 번역하는 법을 배운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는군요!! 

 

자, 우리에게 나쁜 번역을 가르쳐줄 교과서는 바로 이 책입니다. 

 

 

영문학과 교수 44명이 해방 이후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 출간된 영미권 고전의 번역서들을 검토하면서 각 고전 작품별로 추천할만한 번역본을 엄선하고 있는 이 책 『영미영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에는 나쁜 번역에 관한 온갖 묘사가 집대성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번역이 무엇인지 배우기에 더할나위 없이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제가 6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읽고 그중에서 나쁜 번역에 관해 설명된 문장들을 살뜰하게 모아서 주제별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한번 쭉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매일의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이 포스트에 정리된 문장들을 한번씩 읽는다면 번역에 임할 때의 긴장감과 좋은 태도를 다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도 좋겠군요..ㅎ) 문장 끝 괄호에 들어있는 숫자는 그 문장이 나오는 원문의 페이지입니다. 

 

그러면 나쁜 번역 하는 법,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선행 번역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퀄리티의 번역을 선보인다!

 

기존 번역서를 참고하지 않고 번역하거나 기존 번역서의 오류를 개선하지 않은 번역서를 낸다. 개선 과정에서 새로운 오류를 남긴다.

범우사본은 동아출판사본의 개역이기는 하지만 개선의 정도가 미흡하다. (144) 뒤에 낸 판본에서 앞선 판본의 번역을 전면적으로 세심하게 개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진 적이 없는 점도 아쉽다. (42) 1958년부터 2000년까지 40여년에 걸쳐 여러번 재출간되는 과정에서 소소한 수정이나 윤문을 제외하고는 별로 개선된 바가 없다. (180) 금성출판사본이 학원사본의 문제점들을 현저히 개선한 것은 분명하나 상당수는 그대로 남아 있다. (...) 수정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문제도 간혹 눈에 띈다. (158) 이 번역본은 비교적 고른 수준의 번역성과를 거두었지만, 앞선 역본들을 뚜렷하게 넘어서는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42) 최저관 역본은 번역이 까다로운 부분을 임의로 누락시킨 부분이 많아 정병조 역본보다 오히려 개악되었다. (381) 정정호 역본은 앞서 나온 오석규 역본에 많이 빚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학이 선학의 노력을 참고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고 그 자체로는 권장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그 최종 결과물이 후학에게 당연히 기대되는 '개선'의 정도에 미달한다면 곤란할 터인데, 정정호 역본은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듯하다. (209) 1990년대와 2000년에 출간된 번역들은 오히려 7, 80년대 번역보다 그 충실성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점이 주목된다. 읽기에 부담이 없는 세련된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만 원문과 거리가 있는 부정확한 번역이 자주 발견된다. (163) 이 번역본은 이전에 나온 번역서의 오류를 상당부분 교정하고 있으며, 소설의 작품성을 충분히 전달하고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에서 번역이 부정확하여 추천본이라고는 할 수 없다. (118)

 

이전 번역본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전작의 오역을 답습한다.

정인섭의 오역은 후에 다른 역자들이 똑같이 반복하는 오류의 선례를 제공하기도 한다. (187) 독립적인 번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번역본들은 이전 역본을 지나치게 참고함으로써 동일한 대목에서 동일한 오류를 내거나 아예 윤문 차원의 손질을 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42) 정문영은 작품 초반에 신선한 번역을 보여주었으나 뒤로 갈수록 선행본의 오류에 말려드는 현상을 보였다. (57) 특기할 사항은 이상의 모든 번역본에 일본어 번역본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 일본어 번역을 참고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문제는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일본식 용어와 오역이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91) 

 

이전 번역본을 표절한다. 말을 살짝 바꿔서 표절 사실을 숨긴다.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역자 32명이 출간한 총 37개 판본이 기왕의 판본을 표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 번역 원전의 일부를 자기 나름의 수정을 통해 개선한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은 기왕의 판본을 그대로 베끼거나 자의적인 윤문으로 개악시켜놓거나 아니면 단어나 구문을 약간 바꾸는 가필작업을 했을 따름이다. 후자의 경우 (특히 장 첫머리의) 어구와 표현을 바꿈으로써 표절 사실을 가리려 한 혐의가 있는 역본들도 상당수 나왔다. (52)

 

※ 이렇게 하면 좋은 번역이 되어 버린다!

 

★ 이전 번역본들을 비판적으로 검토/참고한 뒤에 오역이 개선된 번역본, 이전 번역보다 진일보한 번역을 세상에 내놓는다.

원전에 충실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고 특히 많은 다른 번역본들이 오역을 한 대목을 제대로 번역한 경우도 더러 있다. (150) 앞의 번역들에서 미진하거나 불분명한 것들을 수정하고 보완할 기회를 가진 후발주자답게 문체나 오역 등 여러면에서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준다. (373) 이 번역본은 선행 번역본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가운데 진행된 번역으로 보이고 신뢰도나 가독성이 분명 다른 번역본들에 비해 높다. (413) 이 번역은 김병철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김병철의 번역에서 발견되는 오역을 거의 바로잡았다. (167)

 

★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번역 대본 선택에 신경쓴다.

이것은 스페인문학 전공자가 영문학 작품의 원본과 스페인어 번역본 양쪽을 참고하면서 번역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246) 김욱동의 번역본은 미발표 원고에 기반해서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상대적으로 이전 번역본에서 발견되는 부정확한 번역의 빈도를 줄였고, (...)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고 적절하게 옮기기 위해서 이전 번역본과는 다른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 (118~119)

 

★ 내가 한 번역도 다시 개정 번역해서 완성도를 높인다.

『토박이』 번역은 우수한 번역임에도 역사 스스로 새롭게 개역 출간하여 완성도를 높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215)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부정확하게 옮긴다!

 

쉬운 부분도 틀리게 번역하고, 어려운 부분은 어물쩡 넘어가거나 더 틀리게 번역한다!

그다지 난삽하지도 않은 대목을 잘못 옮긴 경우도 더러 있어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142) 주요 대목에서 작문에 가까운 오류가 종종 나타나며 특히 쉬운 대목을 너무 허술하게 다룬 경우가 많았다. (142)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무슨 뜻인지 알아내기가 그리 힘들지 않고 다른 번역서들 대부분이 별문제 없이 번역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의가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150) 까다로운 문장의 경우 번역에서 누락하거나 뜻만 통하게 대충 번역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126) 이 번역서들은 원문의 문장이나 단어 등 세목을 누락하는 경우도 많고 부정확한 번역이 지속적으로 나오며 까다로운 부분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 (134)

 

길고 복잡한 문장을 짧은 문장으로 난도질하거나 대충 번역하거나 부정확하게 번역한다!

길게 이어지는 문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끊어서 번역할 때도 많았다. (142) 양병탁 역본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그랬는지 조금이라도 길고 복잡한 구문들은 몇개의 문장으로 나누어 번역했는데, 그 과정에서 원문과 차이가 날 뿐 아니라 나뉜 문장들의 연결관계가 잘못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 문제이다. (56) 양병탁의 경우는 이것 외에 한 문장으로 번역해도 무난한 것을 굳이 두 문장으로 나누고 이 양자를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군더더기가 붙었고 그 이음매도 매끄럽지 못하다. (76) 문장을 토막내는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경우로는 설순봉의 역본을 꼽을 수 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렇게 처리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그저 짧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으로는 이 작품의 특징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더구나 화자의 느낌과 생각이 전달되는 주요 대목을 이렇듯 끊어 번역하면 원문의 리듬이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독자의 호흡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문을 생각지 않더라도 읽기가 매우 거북해진다. (143) 복잡하고 긴 문장의 번역에서는 꼼꼼하지 않게 대략의 의미만을 전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81) 복잡하고 긴 문장이 등장하고, 문장구조가 난삽한 경우에는 예외없이 부적절한 번역이 등장한다. (102) 영어의 여러 단어들을 빠짐없이 번역하여 나열했지만 문장구조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이 되었다. (365) 문장의 구조를 세밀하게 살피지 않은 번역이다. (103)

 

관용어/속어에 유의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번역한다!

이덕형의 초판본에서는 "tossed his cookies"가 "토하다"를 뜻하는 속어인 것을 파악 못하고 "누군가가 그 안에서 쿠키를 던져 버린 것같이"라고 엉뚱하게 옮겼다. (227)

 

문장 간 관계를 꼼꼼하게 보지 않는다!

번역문은 세미콜론으로 이어진 앞뒤 부분의 연관관계를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 (105) 이가형의 번역에서도 문장의 전후관계를 살피지 않음으로써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100)

 

작품 전반에 걸쳐서 번역의 질이 일관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가독성이 좋고 부정확한 번역의 빈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지만, 심각한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번역본만으로 원작을 이해하기에는 미흡하다. (118) 전반적으로 이 번역본들은 가독성 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번역이지만 정확성에서 심각한 오역이 1면당 1개 이상 발견되면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133)

 

★ 원본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옮기면 좋은 번역이 되어 버린다!

문일영 역본은 가장 원작에 충실한 번역이며 번역자의 영어에 대한 이해도도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126) 이 작품에서는 시제의 처리가 중요하다. 작품이 현재시점에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회상하는 식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서술이 현재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긴요하다. 이 작품의 경우에 다른 번역본들에 비해서 이런 시제의 처리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편이다. (241) 문장이 자연스러우며, 작품 이해에 장애를 초래하는 오역이나 부적절한 번역은 거의 없는 가운데 소소한 오류들이 가끔 눈에 띄는 정도이다. 

 

 

부적절한 번역어를 선택하거나 최선의 번역어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한다!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번역어라도 일단 써놓고 본다!

좁은 의미의 오역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역어의 선택이 부적절한 부분들도 1면당 평균 1~2개 정도 나온다. (144) 김병철 번역은 『분노의 포도』의 우리말 번역 가운데 누락과 첨가가 거의 없는 번역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간혹 눈에 띄는 역자의 감정적 언어의 사용이 흠이라면 흠이다. (205)

 

번역불가능한 표현은 주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어떻게든 독자의 이해를 도울 의무가 있지만, 그냥 독자가 알아서 찾아보도록 내팽개친다!

이 작품은 난해한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이다. 설령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교양있는 독자라 하더라도 상당한 사전지식과 일정한 독서법을 전제하지 않으면 제대로 읽어내기가 불가능하다. 가령 어떤 대목은 적절한 역주 없이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 이 작품의 1, 2장, 특히 하버드 대학생인 퀜틴의 내면을 그리는 2장의 경우 체계적이면서도 요점을 찌르는 역주의 존재를 평가 잣대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 한가지 점에서만 보더라도 검토대상이 된 판본은 모두 합격선을 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역자들은 난해한 장면이나 어구를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역주를 거의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곤란한 것은 역주가 필수적인 난해한 대목의 경우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번역이 겹쳐서 독자들을 두 손 들게 만들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178)

골프 치는 이들을 보면서 벤지가 우는 이유를 반드시 역주로 달아주었어야 했다. 골퍼들이 '캐디'를 부를 때 벤지는 자신이 따랐던 누이인 '캐디'를 상기하며 어린애처럼 운다는 사실은 번역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역주는 작품 이해를 돕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봐야 한다. (181) 이런 대목은 역주 없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이며, 어떤 면에서는 아무리 절묘하게 번역한다 한들 역주와 설명이 없는 한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번역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187) 

 

★ 독자를 배려하는 주석을 달면 좋은 번역이 되어버린다!

이런 함축적 표현을 우리말로 옮길 때는 번역자가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거나 혹은 각주에 추가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독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473) 풍부한 주석을 통해 원문의 다의적이고 양가적인 의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481) 15면에 이르는 전문적인 내용의 서문이 붙어 있으며, 모든 면의 절반 이상을 주석에 할애하여 모호한 부분이나 다의적인 내용을 여러 각도로 설명해준다. (495) 19장에서 "웅얼거리는 소리에서 태어난 아름다움"이라는 시구의 출처를 워즈워스라 밝혀준 역주도 유용한 설명이라 하겠다. (377) 특히 1장에 집중된 길고 짧은 각주(총 20개)는 이 작품과 관련된 여러 배경지식을 갖지 못한 독자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울러 작품 말미에 상당한 분량의 작품해설과 상세한 연보가 첨부되어 있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이해에 이를 수 있다. (402~403) 작품에 나오는 "Thoth"라는 단어에 대해 주인공이 동음이의어로서 또하나의 다른 의미를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역자는 이러한 동음이의어의 의미 유추에 대해 각주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언어의 음에 특히 민감하고, 음이 주도하고 의미가 뒤따르는 조이스의 글쓰기 특징을 알려주는 것으로 꼭 필요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433)

 

 

원문을 자의적으로 편집하거나 각색/창작해서 번역한다!

 

원문에서 벗어나 자의적으로 창작하며 번역한다!

주요 대목에서 작문에 가까운 오류가 종종 나타나며 특히 쉬운 대목을 너무 허술하게 다룬 경우가 많았다. (142) 원문에 없는 표현을 덧붙여 각색투로 옮긴 대목도 더러 발견된다. (144) 훌륭한 번역이지만 한편으로는 윤문의 정도가 때로는 창작 수준이고 문화적 변환이 너무 두드러지는 점도 없지 않다. (528) 이장성 역본은 전반적으로 쉽고 친근한 용어로 번역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지만 원문의 내용을 대강 짐작한 후에 '창작' 수준의 첨가와 각색을 거쳐 원문 충실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348)

 

원문에 없는 표현을 임의적으로 첨가하며 번역한다!

오역이 상당히 많고 번역하기 까다로운 부분에서는 일부를 누락하거나 대충대충 번역한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원문에는 없는 부분을 임의로 삽입한 곳도 여러 군데 발견된다. (80) 번역해야 하는 부분은 생략하고 원문에는 없는 표현을 삽입한 예도 있다. (85) 이 번역은 언뜻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해초 다음에 "찌꺼기투성이"라는 불필요한 말을 첨가하여 「요나서」의 교훈이 심오하고 깊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비유의 참뜻을 훼손하는 부주의한 번역이다. (100) 매끄러운 우리말로 되어 있고 정확성이 높은 편이지만 창작 수준의 첨가가 자주 보여 충실성에 문제가 있다. (166)

 

원문의 내용을 임의적으로 축약하거나 축소해서 대충대충 번역한다!

오국근의 번역문에는 문장의 뜻을 꼼꼼히 옮기기보다 대충 축약해서 적당이 문장을 연결한 경우도 여러 군데 발견된다. (104) "[partook less] of explanatory light"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호했다"라고 한마디로 처리한 것은 너무 데면데면한 번역으로, 원문의 취지를 독자에게 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번역이 아니다. (105) 문장을 충실하게 옮기지 않고 대충 처리해서 의미를 단순화한 경우도 적지 않다. (110) 이 문장은 대강 번역되어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 다음 번역도 누락 때문에 이사벨의 생각을 독자가 충분히 맛보지 못하는 경우이다. (113)

 

저자가 왜 여기에서 단락을 나눴는지, 혹은 나누지 않았는지 고민하지 않고 내가 보기에 단락이 나뉘어야 할 것 같으면 확 문단을 잘라버린다!

윤용성과 이덕형 역본의 경우 문단과 문장의 임의적 구분은 문제다. 원문과도 상관없고 단락 구분의 원칙이나 기준과도 무관하게, 그저 읽기 편하게 만든다는 목적 하나로 모든 단락을 매우 짧게 끊어놓았으며, 내용상 나누어서는 곤란한 대목까지도 임의로 끊어놓은 경우도 많다. 문장도 긴 문장을 임의로 몇개로 나누어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225) 앞에서 보듯이 원문은 하나의 문단이나 번역문은 두 문단으로 처리되어 있다.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문단 처리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458)

 

저자가 이탤릭체로 강조한 부분을 무시한다!

원문의 단락 바꾸기나 구두점 사용 등을 번역과정에서 불성실하게 처리함으로써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으며, 원문의 이탤릭체 대목도 제대로 옮기지 못한 경우가 발견된다. (180)

 

★ 이렇게 하면 좋은 번역이 되어버린다!

많은 다른 번역본들이 단락을 임의로 나누거나 합치는 경향을 보이는 데 비해서 현암사본은 원작의 문단 구분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른다. (225) 김진경 역본의 뛰어난 점은 원작에 대한 철저한 존중이다. 다른 역본들이 원작의 단락 구분이나 이탤릭체 강조부분을 너무 쉽게 무시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강점은 한층 두드러진다. (43) 원문의 단락 구분을 정확히 지키고 있으며, 원문에서 이탤릭체로 강조한 단어나 어구도 빠짐없이 번역에 반영하고 있다. (43)

 

 

 

티 없이 완벽한 번역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집착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의 실수에 관대해진다! 퇴고를 대충한다!

 

오탈자를 고치지 않고 내버려둔다!

원문의 누락과 첨가도 가끔 발견되어 신뢰성이 떨어지고, 교정도 부실하여 탈자와 오식이 상당히 많다. (91)

 

문장을 빠짐없이 번역했는지 검토하지 않고 몇 문장씩 빼먹으면서 번역한다!

이 역본의 또다른 문제는 누락이 자주 보이는 점이다. 단어를 빠뜨리는 것말고도 문장 전체를 번역하지 않고 넘어간 곳도 있다. (110) 지속적인 오역과 곳곳에서 이유 없는 누락이 발견되어 번역의 신뢰성을 상당부분 훼손하고 있다. (118)

 

 

 

역자 후기에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나만 알고 있는다!

 

서지사항을 밝히지 않는다!

국내 번역본 가운데 양병탁 역본과 오국근 역본만이 원전의 서지사항을 밝히고 있으며, 나머지 수십종의 번역은 그 어떤 번역본도 원전의 서지사항을 밝히고 있지 않다. (90)

 

★ 이렇게 하면 좋은 번역이 되어버린다!

김욱동 역본은 여타 번역본들에 비해서 충실성과 서독성 양면에서 탁월하다. 또한 모든 검토대상 번역본들 중에서 이 번역본만이 유일하게 원전 텍스트를 밝히고 있으며 친절한 역주와 해설이 붙어 있다. (133) 역주와 책 뒤에 붙인 작품 및 작가 해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380) 말미의 작가해설이 매우 충실해서 알렉-테스-클레어 삼자관계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불식시키고, 세 사람의 관계와 『테스』의 역사적 의미를 심층적이면서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398) 책 뒤에 해설이나 작가연보도 깔끔하게 첨부되어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43) 적절한 역주와 말미에 붙어 있는 논문 분량의 풍부한 해설 또한 이 번역본의 미덕 가운데 하나이다. (59)

(관련 포스트)

https://ssjstudylog.tistory.com/57?category=875490 

 

[번역 이야기] 09. 역자 후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나오자마자 번역을 하고 싶었는데 어떠어떠한 사정으로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어쩌다 기회가 생겨서 번역을 하게 되었고 번역하는 동안 힘이 되어준 배우자와 아이들

ssjstudylog.tistory.com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https://ssjstudylog.tistory.com/100

 

[번역 이야기] 26.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② (가독성을 중심으로)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ssjstudylog.tistory.com/99 [번역 이야기] 25.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① - 정확성/충실성/성실성을 중심으로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번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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