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나/번역 이야기

[번역 이야기] 26.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② (가독성을 중심으로)

서서재 2021. 7. 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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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야기] 25.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① - 정확성/충실성/성실성을 중심으로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번역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론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 원본을 똑같이 모사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얼마만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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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영미영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창비, 2005)에서 나쁜 번역에 관해 묘사하고 있는 문장들을 주제별로 모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좋은 번역을 할 줄 알려면 나쁜 번역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겠죠? 이전 포스트에 이어, 이번에도 나쁜 번역 하는 법을 열심히 배워봅시다! 이번에는 가독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어 글쓰기 실력 기르는 것을 게을리하여 가독성이 낮은 문장을 양산한다!

 

주술호응이 지켜지지 않는 비문이나 직역투 문장을 남발하면서 미흡한 한국어 문장 구성력을 선보인다!

중앙출판사본은 여전히 어구의 호응이나 일치가 적절하지 못한 어색한 문장, 구문이 혼란스런 비문 혹은 오문이 산재해서 정확한 의미전달에 실패하고 있다. (93) 개별적인 오역이나 부적절한 번역 외에도 문장구성력이 미흡하고 어투가 생경하며 어색한 직역투를 남발한 것이 전체적으로 번역의 수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299)

 

가독성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나에게만 익숙한 개인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김수영 역본은 (...) 자기만의 독특한 문장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원문의 뜻을 전달하려고 문장을 풀어쓰는 과정에서 군더더기가 붙고 중복과 실수가 자주 나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겠다. (56) 장갑상의 번역은 우선 우리말 구사력의 부족으로 혼란스런 문장이 빈번히 끼어들어 글의 흐름을 끊어놓는다. (91) 긴 호흡의 문장으로 번역하다보니 불필요한 쉼표가 한 문장 안에서 너무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364) 기독교적인 표현이 더러 눈에 띔으로써 번역본 전체의 시작이 좁다는 느낌을 준다. (278)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는 한자어투 등 낡은 표현과 철자법의 차이 등으로 인해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47)

 

문체상의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다!

본문 번역에서도 거의 모든 면마다 오역이 있고 문체상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아 번역의 신뢰도가 매우 떨어진다. (79) 문장부호 사용도 일관성이 없어 간혹 혼동을 준다. '〈 〉'의 사용이 그렇다. 고유명사와 혼잣말 그리고 자유간접화법에 이 부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항상 그런 것도 아니어서 일관성에서 문제가 있다. (458) 작품의 톤이나 분위기를 별반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문체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98)

 

원문의 의미를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가독성을 등한시한다!

이 번역은 명백한 오역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말 구사가 어색하고 미숙하여 원뜻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사례이다. (85) 다른 판본에 비해서 원문에 충실하다보니 번역투 문장이나 비문이 많이 발견되므로 가독성에서는 다른 번역본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125) 원문에는 충실하지만 우리말로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는데, 가령 원문에 충실하게 엘리어트 특유의 장문을 끊지 않고 그대로 번역하다보니 너무 길어서 무슨 뜻인지 모를 문장들이 간혹 있다. (377)

 

★ 의미를 정확하게 옮기면서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한국어 문장까지 구사해버리면 좋은 번역이 되어 버린다!

명백하게 부정확하다고 판정된 것은 8개에 불과할 정도로 우수한 번역본이었다. 무엇보다도 맛깔스럽고 감칠맛나게 우리말을 구사한 솜씨가 빼어나다. (248) 사소하게 스쳐지나갈 수 있는 "little"의 의미를 '졸졸'이란 의성어를 사용하여 살려내는 솜씨는 역자의 섬세한 손길을 느끼게 한다. (206) 김종건은 이 대목을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표현해내며 무엇보다도 원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상당부분 실감나게 살려냈다고 보인다. (436)

 

★ 동시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현대적인 어휘들을 사용하다간 좋은 번역을 하게 될 수 있다!

이 번역본은 최근의 번역이기 때문인지 현대 독자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문구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중세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일반독자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261) 홍덕선 역본에서는 완전히 현대식 언어가 자리를 잡아 이전 번역서들에서 보이는 구식 표현이나 표기, 한자어는 찾아볼 수 없다. 비교적 평이한 언어와 구어체 사용으로 읽기가 용이하다. (...) 전체적으로 정확하고 성실한 번역이며 이 역본에 이르러 비로소 한글세대의 역자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439) 특히 우리말 표현이 매끄러운 편이며, 역자들 스스로 밝혔듯이 속어와 비어를 요즘 한국의 10대들이 쓰는 비어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그러다보니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대목도 군데군데 있지만, 이런 노력과 고심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237)

 

★ 시대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일부러 한자어나 옛글투를 사용하다간 자칫 좋은 번역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중세영어의 느낌을 현대 한국인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김진만 역본은 우리말의 고어투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 (251) 지금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자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번역으로 읽으면 시대적 배경이 2세기에 걸친 자굼의 분위기를 오히려 잘 살려내는 효과가 있다. (80) 1950년대에 출간되었기에 우리말 고어투나 일본어의 영향이 남아 있고, 또 흥미롭게도 러시아어식의 경음 발음(이를테면 '보스턴'을 '뽀스톤'이라고 발음)이 간간이 등장하여 요즘의 젊은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출간연도만큼 언어가 낡았다는 느낌은 주지 않고, 대화체를 포함한 몇몇 대목에서는 최근의 역자들보다 효과적으로 원문의 실감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이 번역본을 공들여 읽으면 원작의 간결하고 정치한 언어구사를 어느정도는 맛볼 수 있다. (59)

 

 

매끄럽게 잘 읽히는 번역문을 만든다는 미명 하에 원문에 담긴 원래 의미를 희생시킨다!

 

충실성과 정확성을 내어주고 가독성을 취한다!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어휘를 선택하고 표현을 우리말 어법에 익숙하게 다듬은 흔적이 엿보이는데, 지나치게 다듬는 바람에 번역이 껄끄러운 어휘들이 종종 누락되는 경향을 보인다. 가독성은 높은데, 전반적으로 정확성이나 충실성은 최재서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 (56) 조승국이 오국근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은 가독성뿐인데, 부정확한 번역에 덧댄 이런 가독성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57) 김종운과 양병탁의 번역은 원문을 풀어쓴 것이지만 간결함을 희생한 만큼 뜻이 선명해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양병탁의 경우는 오해의 소지가 더 늘어난 듯하다. (74) 종종 언어의 매끄러움을 위해 정확성을 희생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약점이다. (76) 번역한 대목은 매끄럽지만 따져보면 지나친 의역에다 부정확한 번역까지 겹쳐 있는 셈이다. (76) 원문에서 일부러 중복하여 표현한 부분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매끈한 문장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이훈일 역본과 마찬가지이다. (223) 가독성의 측면에서는 매끄러운 우리말 구사로 읽기에 별로 불편함이 없으나, 무난한 문장을 구사하는 듯하면서도 막상 원문과 대조해보면 세밀한 뉘앙스나 디테일을 놓치고 원문의 내용을 다소 단순화해버린 경우가 종종 있었다. (348)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긴 문장은 무조건 짧은 문장으로 잘라서 번역한다!

문장 구분에서 긴 문장을 임의로 몇개로 나누어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원문의 "and"로 이어지는 문장은 대개 끊어서 번역하고 있다. 이런 것도 가독성을 높이려는 시도인 듯하나 가급적이면 원문의 문체를 살리면서 가독성을 함께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원칙이겠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는 자신의 생각을 길게 연결하면서 서술하는 주인공 홀든의 내적 독백의 어감을 전달하는 것이 번역의 정확성만큼이나 중요한데 단지 가독성만을 높이기 위해 이런 작품의 고유한 서술방식을 무시하는 것은 문제이다.(227)

 

나는 독자를 배려하는 번역가니까 원문보다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독자들을 위해 너무 상세하고 자세하게 번역하다보니 가끔 문장이 길어지는 흠이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단어를 그대로 옮겨서는 도저히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된 경우로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정황묘사나 어구의 추가는 때때로 부적합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403)

 

★ 이렇게 하면 좋은 번역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은 원문의 표현들을 왜곡하거나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표현의 자연스러움을 성취해내는 번역의 묘미를 잘 보여주고 있어 훌륭한 번역본으로 적극 추천할 만하다. (220) 때로는 모호하게 놓아두는 것이 오히려 원래의 뜻에 가까울 수 있다. 지나친 '자상함'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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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야기] 27. 나쁜 번역 하는 법을 배워보자! ③ (작품성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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