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랄 |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바다 환경문제 깊이 읽기 25

해양보호구역은 바다 생태계 회복의 베이스캠프

생명이 고갈된 바다를 되살리는 데에는 보호구역 안의 생물들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해양보호구역은 3~5년만 지나도 생물량을 두 배 증가시킬 수 있고, 생물량 증가는 자연스레 비약적인 번식량 증가로 이어진다. 번식량 증가는 다시 개체수 증가를 낳는다. 이것이 선순환으로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해양보호구역이 있다면 바다는 다시 생명의 불꽃을 되살릴 수 있다. 바하마의 엑수마 케이Exuma Cay 보호구역의 나소그루퍼Epinephelus striatus들은 외부 어장보다 여섯 배 왕성한 번식력을 보였다. 미국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퓨젯 사운드 인근 보호구역에서도 범노래미Ophiodon elongatus들은 20배 뛰어난 번식력을 기록했고, 이 구역의 구리 볼락Sebastes caurinus들은 무려 백 배나..

물살이들이 수명대로 살도록 놔두는 게 중요한 이유

셀 수 없이 많은 어선들이 바다를 헤집고 다니며 어린 물살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 오늘날, 제 명대로 편안히 살다가 죽는 물살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혹은 어린 나이에 그물과 낚싯바늘에 걸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해양보호구역이 설치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아마도 가장 큰 변화는 보호구역 안에 사는 개체들은 인간에 의해 포획될 걱정 없이 오래 살 수 있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에서라면 물살이들은 더 오래 성장기를 가질 수 있고, 평균 연령도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어류는 몸집이 큰 개체일수록 더 많은 알을 낳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10kg인 붉은 도미 한 명命은 몸무게가 1kg인 붉은 도미 열 명보다도 더 많은 알을 낳는다..

해양보호구역 — 물살이들을 더 크게, 더 많게, 더 다양하게!

해양생태학자인 벤자민 S. 할펀Benjamin S. Halpern은 해양보호구역을 설치한 곳에서는 어획이 이루어지는 해역에 비해 생물 밀도가 200% 가까이 증가하고, 생물량은 250%, 평균 체장은 3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는 번식력이 240% 이상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필리핀 수밀론 섬 인근에 설치된 해양보호구역에서는 9년 동안 대형 포식자의 수(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어류들은 먹이를 쫓다가 어망 등에 혼획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업 금지 지대를 만듦으로써 개체수가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 해안에 설치된 해양보호구역에서도 괄목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이곳의 가리비placopecten magellanicus들은 평균 수명이 대폭 증가하고..

지금은 ‘완전한’ 해양 보호구역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인간이 자행해 온 수많은 활동들은 바다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파괴해 왔다. 우리는 바다에 살고 있는 생명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여전히 너무나 많음에도, 그들에 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그들을 없애버리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잡아들일 수 있는 어류가 바다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한때 바다를 가득 메웠던 생물들이 인간 때문에 깡그리 사라진다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예전에는 너무 어리고 작아서 다시 놓아줬던 개체들이 지금은 식탁 위에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바다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만 한다. 그 전환의 중심에 놓이는 해결책이 바로 ‘완전한’ 해양보호구역이다. 완전한 해양보호구역이란 어업을 비롯한 모든 인간활동을 전면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물고기'에서 '물살이'로

“물살이” 저는 이 말을 처음 접한 순간 단박에 설득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수산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물속에 살고 있는 존재일 뿐이었죠. 육지에 사는 동물을 ‘육고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물고기’라는 표현은 물에 사는 동물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충 싸잡아서 먹거리로만 보겠다는 심보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명으로 역동하던 바다가 오늘날 남획으로 텅 비어버리게 된 현실은 이러한 언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물살이는 물고기에 비해 좀 더 생명친화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사 중심적인 개념은 세상을 정지해 있거나 죽은 대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반면, 동사 중심적인 개념은 세상을 생동하고 역동하고 살아 있는 존재를 중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