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관, 『아무튼, 서재』, 도서출판 제철소, 2017. p20/서재에 대한 상상은 언제나 즐겁다. 서재는 단지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서재'라고 불리는 공간에 '서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먼 옛날에는 그 공간에 놓을 물건이, 그러니까 별일 없이 빈둥거리기도 하고 공부도 하며 오롯이 혼자서 자기만의 시간을 쓸 수 있는 공간에 놓을 적절한 물건이 책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언제든 내가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소파에 등과 목을 기대고 멍해질 수 있는 오디오처럼 동일한 목적을 위한 다양한 물건들이 나와 있다. 서재에서 책이란 그저 예부터 전해온 유용한 물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서재에 책만을 들이겠다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늘도 나는 서재에 앉아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