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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야기] 06. AI는 인간 번역가를 대체하게 될까? (1) - 번역은 '복제'인가 '창조'인가

요즘은 단순 정보 전달 위주의 웹사이트 번역은 구글번역기를 돌려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편이더라구요. 파파고에 문장을 넣어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출력해줘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러다 정말 AI가 번역가를 대체하는 날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죠.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분야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번역계와 번역가가 느끼는 긴장감은 남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었던 언어라는 성역聖域마저 컴퓨터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더이상 인간이 지성적 존재로서의 '최고 존엄'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죠. 과연 인공지능은 점점 더 자연스러운 번역문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인간 번역가를 대체하게 될까요? 아니면 인공지능이 결국 넘어설 수 없는 벽..

[번역 이야기] 05. 메이지기 일본의 서양어 번역 - '경제, 사회, 자유'를 중심으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개념어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예를 들면, [철학]이나 [민주주의] 같은 단어는 처음부터 우리 땅에서 사용되던 단어가 아니라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만들어낸 단어들이었죠. 그러한 점에서 이 단어들에는 일본이 근대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의 발명품이었음에도 동아시아에서 모두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한자를 활용해 번역한 덕분이었죠. 이번 포스트에서는 '경제', '사회', '자유'라는 중요한 개념들이 번역된 역사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에서도 50~80년의 세월동안 하나의 서양어에 대응되는 번역어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번역어가 난립하고 경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번역 이야기] 04. 번역가의 시간 관리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인 번역가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직장인보다 '자유롭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선배 번역가들은 번역가도 직장인처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작업을 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것은 번역가로서의 단명을 재촉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꾸준하게 일정한 퀄리티의 번역문을 매일같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규격화된 일상을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번역가로 성공하려면 정말 자기관리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글나눔에서는 선배 번역가들이 시간 관리를 하는 방법, 매일매일의 노동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이종인, 『번역은 글쓰기다』 中 번역은 손가락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번..

[번역 이야기] 03. 번역가와 프로그래머

저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그에 반해 소설은 읽어본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을 번역할 때에는 정말 너무 어려워서 진도가 참 더디네요.. 작가가 이 말을 왜 써놓은 것인지 도대체, 도무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라 과제를 하는 진도도 참 더디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렇게 번역이 힘에 부칠 때 제가 자주 꺼내 보는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올린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영상인데요.. 여태까지 번역가와 피아니스트를 비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번역가와 프로그래머도 공통점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글나눔도 번역가와 다른 직업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너무 우려먹나요ㅋㅋㅠ) 피아니스트와..

[번역 이야기] 02. 번역가는 피아니스트 II

제가 저번 글나눔에서 번역가를 피아니스트에 비유하는 정영목 번역가님의 글을 가져왔었는데, 이번주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피아노 연주를 가지고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책상에 앉아 번역을 하실 때 음악을 들으시나요? 들으신다면 어떤 음악을 들으시는지 궁금하네요ㅎ 저는 번역 과제를 할 때 가끔 피아노 연주곡을 듣곤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번역과 피아노 연주를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종이에 적힌 것을, 무언가를 두드리는 방식으로(아마 대부분 번역을 하실 때 키보드로 작업하시겠지요..?), 다른 소리로 옮겨놓는다는 점에서 번역과 피아노 연주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 다 기술과 감을 모두 익혀야 좋은 작품을 빚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게 ..

[번역 이야기] 01. 번역가는 피아니스트 I

바른번역 아카데미 실전반 수업을 들으면서 동기들과 매주 번역과 관련된 단상이나 잘 번역된 글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때 못다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게시판을 통해 나머지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정영목 번역가의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와 호프 자런의 『랩걸』(김희정 번역가)에서 몇 편의 발췌한 몇 편의 글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 꾸러미에는 번역가라는 직업에 관한 성찰이 돋보이는 세 편의 짧은 글을 담아 왔습니다. 실전반 수업 때 선생님께서 '다양한 지문을 접하면서 문장 적응력과 융통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씀이 떠올라서 여기에 어울리는 글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정영목 번역가는 번역가가 피아니스트나 배우처럼 맡은 작품에 따라 여러..

[황해문화] 부동산 불로소득,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까

『황해문화』 2019봄 (102호) - p.p. 12~29 전강수, "부동산 불로소득,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까" ▲ 한국은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나라다. 부동산보유세 실효세율로 따지면, 현재 관련 통계가 공개되어 계산이 가능한 OECD 12개국 중에서 한국은 독일, 노르웨이와 함께 0.1%대를 보이며 최하위 국가군에 속하고 있다. ▲ 한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2007년(노무현 정권 말)부터 2016년(박근혜 정권 말)까지 10년 동안 매년 440조 원에서 520조 원이나 발생했다(부동산 불로소득 계산식을 다르게 해봐도 매년 300조 원을 초과한다). 이는 GDP 대비 30~37.1%에 달하는 수준이다. ▲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

[번역]『INFP 서바이벌 가이드』주기능-3차 기능 순환 고리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힘들게 하고 있는 인프피에게 힘이 될만한 글이 있어서 번역해 보았습니다. 요점은 인프피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거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현재 외부에 존재하는 가능성들을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거예요. 시간이 되신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주기능-3차 기능 순환 고리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에 INFP가 취하는 반응 중에는 그림자 기능을 발현시키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유형의 사람이건 오로지 자신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영역에(외향적인 사람은 외향성에, 내향적인 사람은 내향성에)만 머무르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 ‘주기능-3차 기능 순환고리’가 발생한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결정을 내릴 때 보..

[번역] 피터 마셜 『불가능을 요구하라』24. 엠마 골드만 (6) 골드만의 성 정치학

(앞에서 계속) 골드만은 자유로운 사랑을 말로만 이야기하지 않고 직접 실천했다. 그는 다른 여성과 최소한 한 번 이상 연인 관계를 맺었는데, 그가 이십 대였을 때 버크먼을 포함하여 예술가 페디아(Fedya, Modest Stein의 예명)와 함께 세 명이 동거 생활(méage àrois)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서른여덟이 되던 해인 1908년에는 아홉 살 어린 벤 라이트만(Ben Reitman, 1879-1943)과 연인이 되었다. ‘부랑자들의 부랑자’라고 불리던 라이트만은 시카고에서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의사였다. 그렇게 독립적인 존재가 될 것을 부르짖었던 골드만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 ‘잘생긴 야수’에게 사로잡히게 된다. 라이트만은 골드만의 내면에서 ‘근원적인 욕망의 격류’가 일..

[번역] 피터 마셜 『불가능을 요구하라』24. 엠마 골드만 (5) 골드만의 성 정치학

엠마 골드만의 성 정치학 정부와 혁명, 그리고 교육에 관한 골드만의 주장들은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명확하고 통찰력 있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페미니즘적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아나키즘 이론에 큰 기여를 남겼다. 골드만은 동시대 여성의 지위와 삶의 조건에 대해 특별히 큰 분노를 느꼈고, 이에 관해 직설적인 관점을 취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양성 간의 관계에 만연한 이중 잣대가 끔찍하다고 생각했으며, 자연스러운 충동을 폄하하고 문화를 위축시키는 ‘청교도주의의 이중성’을 공격했다. 또한 골드만은 여성을 성적 상품이나 아기를 낳고 기르는 존재나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현존 체제에 대해서도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이 중에서도 그가 여성 착취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은 성매매였는데, 그는 모든 여성이 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