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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구역의 가면을 쓴 가짜들, 그리고 과장된 통계

서서재 2022. 10. 9. 13:39

<해양보호구역의 가면을 쓴 가짜들, 그리고 과장된 통계>

현재(2018)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다는 3.6%에 불과하다. UN 생물다양성 협약(CBD)에서는 이 수치를 2020년까지 1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으며, UN 지속가능발전목표14(SDG 14)에서도 이러한 목표치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였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는 30%의 바다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양보호구역이 30% 미만으로 설정된 상태에서는 바다의 종 다양성이 계속 감소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세계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UN 생물다양성협약(CBD)은 2017년에 5.7%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평가했고, 세계자연보전모니터링센터에서는 이보다 높은 수치인 6.97%가 보호구역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양보호구역이 0.1%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고무적인 변화이다. 그런데 과연 이 수치에 포함된 해양보호구역들이 모두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들일까? 여기에는 완전히 인간의 출입이 금지되는 보호구역부터 하나의 상업 어종만 보호되는 구역, 한 가지 인간 활동(관광이나 석유 시추 등)만 금지되는 구역이 모두 ‘해양보호구역’이라는 이름 하에 뒤죽박죽 섞여 있다. 

이 통계에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된 지역의 면적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름만 보호구역일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감시나 규제를 하지 않는 구역도 많다. 영국은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293개 보호구역을 확보해 23%의 수역을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293개 중 3개만이 완전보호구역이고, 그 면적은 겨우 7.5㎢에 불과하다. 스페인도 배타적 경제수역의 13%를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어업이 금지되는 해역은 1% 미만에 불과하며, 나머지 보호구역에서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이 전혀 없다. 뉴질랜드 케르마덱Kermadec 해양보호구역과 뉴칼레도니아 산호해 자연공원도 법정보호구역이지만 제대로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허울뿐인 해양보호구역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실질적인 해양보호구역은 통계의 절반(3.6%)밖에 되지 않는다. 

(1)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인 해역
(2) 이름만 보호구역일 뿐, 실질적인 관리/감독/규제가 없는 법정 보호구역
(3) 모든 인간 활동이 차단된 실질적 보호 구역
이 중 당연히 3번만 해양보호구역으로 인정해야 한다. 법정 보호구역이라고 통계에 넣어선 안 되며, 실질적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시 따져 봐야 한다. 

오늘날 ‘해양보호구역’이라는 용어는 심각하게 남용되고 있다. 저마다 제멋대로의 기준을 세워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어느 나라의 기준에서는 ‘어장’인 곳이 다른 나라에서는 ‘보호구역’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보호구역이라고 해놓고 트롤링이나 준설토 투기를 허용하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해양보호구역이라는 명칭이 얼마나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몇몇 상업 어종의 개체수 복원을 위해 특정 어구의 사용을 금지하는 어장도 불완전하게나마 해양보호구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역은 “관리 어장”이나 “어업 관리 구역"이라고 불러야지 “해양보호구역”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이러한 구역은 어업의 지속가능성만을 꾀할 뿐, 생태계의 회복과 보존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특정 상업 어종의 어획량 회복을 가지고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고 호도해선 안 된다. 어업이나 기타 인간 활동을 조절하거나 최소화하는 조치만으로 종 다양성은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오로지 전면 중지만이 제대로 된 보호 조치이다. 

지속가능한 어업과 생태계 보호라는 목표를 혼동해선 안 된다.
제발 '어업 관리 지역'을 가지고 ‘해양보호구역'이라고 하지 말자. 

<Assessing real progress towards effective ocean protection>
Enric Sala, Jane Lubchenco, Kirsten Grorud-Colvert, Catherine Novelli, Callum Roberts, U. Rashid Sumaila 
Marine Policy 91 (2018) 11-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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