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랄 |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바다 환경문제 깊이 읽기

'물고기'에서 '물살이'로

서서재 2022. 10. 1. 16:56

<‘물고기’에서 ‘물살이’로> 

“물살이” 
저는 이 말을 처음 접한 순간 단박에 설득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수산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물속에 살고 있는 존재일 뿐이었죠. 

육지에 사는 동물을 ‘육고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물고기’라는 표현은 물에 사는 동물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충 싸잡아서 먹거리로만 보겠다는 심보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명으로 역동하던 바다가 오늘날 남획으로 텅 비어버리게 된 현실은 이러한 언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물살이는 물고기에 비해 좀 더 생명친화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사 중심적인 개념은 세상을 정지해 있거나 죽은 대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반면, 동사 중심적인 개념은 세상을 생동하고 역동하고 살아 있는 존재를 중심으로 본다는 차이가 있지요. 

‘물고기’라는 말은 '물에서 난 고기’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물살이’라는 말은 '물에서 산다’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물에서 사는(물살-)’ + ‘존재(-이)'라고 하니까 명사중심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고기’와 ‘살고 있다’의 차이는 적지 않아 보입니다. 명사 중심적인 언어는 어떤 대상이 가지고 있는 다채롭고 살아 숨쉬는 요소들을 소거하고 정지된 상태로만 그 대상을 보는 게 아닐까요? ‘물살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을 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일에서는 “Meeresbewohner”라는 표현을 씁니다. ‘Meer'는 바다라는 뜻이고, ‘Bewohner'는 거주자라는 뜻입니다. 단어의 구성이 ‘물살이’랑 비슷하죠. ‘물살이’는 어감도 참 예쁜 단어라 더 정이 갑니다. 

바다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출판사로서 ‘물살이’라는 말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오늘날 생명이 사라진 바다를 회복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다가 남획과 난개발과 쓰레기 투기로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된 데에는 해양생물들이 각자 소중한 생명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언어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언어를 바꾸면, 그 대상을 바라보던 시선도 조금은 바뀌게 되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우리 함께 불러보아요. 

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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