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이들이 수명대로 살도록 놔두는 게 중요한 이유>
셀 수 없이 많은 어선들이 바다를 헤집고 다니며 어린 물살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 오늘날, 제 명대로 편안히 살다가 죽는 물살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혹은 어린 나이에 그물과 낚싯바늘에 걸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해양보호구역이 설치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아마도 가장 큰 변화는 보호구역 안에 사는 개체들은 인간에 의해 포획될 걱정 없이 오래 살 수 있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에서라면 물살이들은 더 오래 성장기를 가질 수 있고, 평균 연령도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어류는 몸집이 큰 개체일수록 더 많은 알을 낳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10kg인 붉은 도미 한 명命은 몸무게가 1kg인 붉은 도미 열 명보다도 더 많은 알을 낳는다. 포유류는 나이를 먹을수록 번식력이 떨어지는데, 어류는 이와 반대로 오래 살수록 덩치가 커지고 번식력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덩치가 큰 어류는 번식 빈도도 더 많다. 괌의 산호초에 서식하는 0.5kg짜리 노랑촉수goatfish 한 명命은 그보다 몸집이 절반인 노랑촉수보다 4~5배 이상 자주 산란을 하고, 결과적으로 일 년 동안 100배 이상 많은 알을 낳는다.
그러므로 해양 생물들의 개체수 회복을 위해서는 해양보호구역을 통해 그들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획을 지속하면 지금 당장 개체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덩치가 작은 개체들밖에는 남지 않게 된다. 작은 개체들로 이루어진 어군은 쉽게 개체수를 회복하기 어렵고 강한 어획압력 속에서 쉽게 붕괴한다. 해양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번식력이 뛰어난 대형 개체들이 보호구역 안에서 계속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레 생물 밀집도도 높아지게 된다. 이는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낳는다. 굴이나 조개, 전복과 같은 패류에게는 이러한 밀집도 상승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 가까이 붙을수록 수정 확률이 높아지고, 부화하는 개체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해양보호구역에서 서식하는 개체들의 평균 체장이 커지고 밀집도가 높아지게 되면, 보호구역 바깥으로 이주하는 개체들도 생기게 된다. 이는 어획량 회복으로도 이어진다. 이렇게 해양보호구역이 장기적으로 가져오는 ‘넘침 효과spillover’는 단기간 조업을 중단함으로써 얻는 손해를 압도적으로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은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서 필수적이지만, 어업인들에게도 아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Fully-protected marine reserves: a guide>
Callum M. Roberts & Julie P. Hawkins
Chapter 4. Fully-protected reserves in a nutshell (p.p.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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