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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4 - 일본이 IWC에 남았던 이유와 결국 탈퇴한 이유

서서재 2022. 10. 28. 05:07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4 - 일본이 IWC에 남았던 이유와 결국 탈퇴한 이유>

상업포경 금지조치가 최종 결정된 이후에 일본은 몇몇 포경국가와 마찬가지로 IWC를 탈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IWC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IWC 가입이 전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국제 규범을 존중하고 따르는 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학 조사’ 명목으로라도 남극에서 고래를 잡으려면 IWC 회원국 지위가 있어야만 했는데, IWC를 탈퇴하면 그것마저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후에 다시 모라토리엄 해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축적해 놓아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도 남극에서의 포경은 중요했다. 더 나아가, 남극에서의 포경은 남극해에서 일본의 해상 지배권을 확보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일본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리하여 일본은 IWC에 상업적 포경을 허가해달라고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테니 연구목적의 포경 쿼터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며,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밍크고래를 210마리까지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이에 IWC 내부에서도 ‘일본은 좀 봐주자’는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고래사냥에 반대하는 과반수의 국가들은 모라토리엄에 절대 예외를 둬선 안 된다는 입장을 굳건하게 유지했다. IWC 회원국들은 포경을 금지함으로써 한정된 고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사라진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며, 이 덕분에 모라토리엄 기한이 연장될 수 있었다. 

사실 지속가능한 포경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모라토리엄을 완화하거나 해제하려면 포경이 금지된 동안 고래의 개체수가 회복되었다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야 했는데, 그러한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모라토리엄을 해제하자는 일본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모순적이었고,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일본은 고래의 개체수가 포경을 재개해도 괜찮을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져오지 못했다. 

여러 이유로 IWC를 탈퇴할 수 없었던 일본은, 대신 IWC 내부에서 세력을 넓히기 위해 제3세계 국가들에게 원조를 제공하고 IWC 총회에서 포경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종용하는 등, 모라토리엄을 약화시키기 위해 30년간 온갖 잔꾀를 부렸다. 

모라토리엄 해제에 대한 일본의 집착은 비단 고래를 사냥해야 하는 필요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IWC의 포경 금지 모라토리엄을 뒤집지 못하고 포경 전선에서 환경보호론자들에게 밀려날 경우, 이것이 선례가 되어 다른 수산업, 특히 참치 어업에도 모라토리엄이 생길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참다랑어와 같이 사실상 멸종 상태에 접어든 참치는 특히 고래 다음으로 모라토리엄의 후보가 될 수 있어 보였다. 

참치마저 보호된다면 전 세계 참치의 95%를 소비하는 일본 수산업계에는 타격이 극심할 것이었다. 결국 일본은 세계 수산업계에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상업 포경 금지 조치를 걸고 넘어지며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했다. 

그러나 2014년에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일본이 ‘과학 조사’ 목적으로 하고 있는 남극에서의 고래사냥이 상업포경이 맞다는 판결을 내리고, 2018년에 일본이 ‘멸종위기가 아닌 고래종에 대해서는 상업 포경을 재개하자’는 제안이 IWC에서 부결되면서 일본은 모라토리엄을 뒤집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본은 환경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IWC를 탈퇴하면 과거와 같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여 2018년 말에 IWC를 탈퇴한다. 

"Japan’s Whaling Policy: The Reasons for Leaving the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Fynn Holm, <Japan 2019: Politik, Wirtschaft, Gesellschaft>(2009), pp. 126~151 참조



아주 예전에는 바다를 '바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 바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 예전의 오염되지 않고 건강하던 바랄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큰 바다'라는 뜻의 '한바랄'에는 이처럼 생명으로 풍요롭게 역동하던 과거의 바다를

기억하고 회복시키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과거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자 합니다. 

책으로, 해양 정화 활동으로, 시위로.

 

#바다환경문제전문출판사 #한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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