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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1 - 일본은 왜 IWC에 가입했을까?

서서재 2022. 10. 28. 05:05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 1 - 일본은 왜 IWC에 가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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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트에서는 일본 포경산업의 간략한 역사와 일본이 그렇게 고래잡이에 집착하는 나라인데도 왜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했는지에 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약 3~4일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데, 너무 일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포스트가 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모두 한국의 고래잡이 현황을 충격적으로 알리기 위한 빌드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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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백 년 동안 포경산업에 의해 사냥 당한 고래는 모두 3백만 마리이며, 
이 중 50만 마리가 일본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포경산업이 무차별적으로 고래들을 학살하는 동안 사람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갈렸다. 한 쪽은 고래가 모두 죽어서 멸종하는 것을 걱정했고, 다른 한 쪽은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래들이 보금자리를 찾으면 최소한의 개체수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포경산업은 이 중에서 후자의 믿음을 지지하며 고래사냥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나 일찍이 1920년대가 되면 고래의 개체수가 붕괴하고 있다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원양에서 포경산업을 피해 번식한 개체들이 연안으로 이동해 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1920년대가 되면 연안에서 새로운 무리가 더 이상 관찰되지 않게 된 것이었다. 고래는 개체수 뿐만 아니라 몸집도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고래사냥을 멈춰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호주는 남극까지 사냥터를 확장하여 매년 수천 마리의 고래를 잡았다. 

이러한 추세는 1920년대 내내 지속되었고, 결국 고래사냥을 하는 나라들도 포경산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의 영해를 이동하며 서식하는 고래의 습성을 생각해 보면,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수적이었다. 이에 고래잡이를 하는 나라들은 1930년 4월에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에 모여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러한 노력은 실효성이 부족해 보였다. 주요 고래사냥국 중 하나인 일본이 불참했기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고래사냥은 계속됐다. 종전 이후 일본에는 식량난이 찾아왔다. 이 때문에 일본의 어민들은 점점 먼 바다까지 나가서 조업을 해야 했고, 고래사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고래는 전쟁으로 몰락한 국내 축산업의 대안으로 여겨졌다.  전후 일본인의 단백질 소비량 중 고래사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육박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946년에 미군정은 일본이 남극에서 고래사냥을 하는 것을 허락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일본은 크게 환호하며 남극에서 매년 120마리의 고래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다른 고래사냥국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뉴질랜드와 호주가 보기에 일본은 포경 산업의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질서 있는 고래사냥’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전혀 동참하지 않고 있었다.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국 국무부는 일본이 조만간 국제포경규제협약(ICRW, 1948)을 준수할 것이며, 국제포경위원회(IWC)에도 가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은 1951년이 되어서야 국제포경위원회에 합류했다. 

사실 일본의 국제포경위원회 가입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었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였기에 당시에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고, UN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자신이 국제사회의 질서에 따를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주어야만 했다. 국제포경위원회 가입은 바로 이러한 일본의 정치적 목적에 딱 들어맞는 선택지였다. 일본에게 중요한 것은 고래 보호보다 이미지 세탁이었다. 

"Japan’s Whaling Policy: The Reasons for Leaving the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Fynn Holm, <Japan 2019: Politik, Wirtschaft, Gesellschaft>(2009), pp. 126~151 참조


아주 예전에는 바다를 '바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 바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 예전의 오염되지 않고 건강하던 바랄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큰 바다'라는 뜻의 '한바랄'에는 이처럼 생명으로 풍요롭게 역동하던 과거의 바다를

기억하고 회복시키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과거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자 합니다. 

책으로, 해양 정화 활동으로, 시위로.

 

#바다환경문제전문출판사 #한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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