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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이 물살이를 죽이는 16가지 방법

서서재 2022. 10. 14. 08:50

** 일러두기: 이 논문에서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이 옳은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논문은 동물을 죽일 때 최대한 고통이나 공포 없이 ‘인도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동물 복지의 관점을 대변하지만, 수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잔인한 생명 학대의 실상을 엿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물살이들은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생명을 죽여야만 할 경우에는 대상이 고통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수산업 현장에서 이러한 윤리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무시된다. 현장에서 물살이들은 지극히 잔인한 방식으로 학살당한다. 이제는 어류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방법 1] 공기 중에서 질식시켜 죽이기


공기 중에서 질식시켜 죽이는 방법은 수산업 현장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몸집이 작은 어류일수록 개별적으로 마취나 도살되기보다 이렇게 질식사에 이르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공기 중에 방치된 물살이들은 평균적으로 28.6분 동안 펄떡거리거나 움찔거리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며, 기온이 높으면 신진대사가 빨라지기 때문에 움직임이 멈추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1.1분으로 짧아지기도 한다. 공기 중에 방치하여 질식시키는 방식은 어선 위를 탈출하여 물속으로 돌아가려는 물살이의 격렬한 움직임을 유발한다. 

[방법 2] 얼음물/액빙에 넣어서 얼려 죽이기


물살이들은 포획된 직후에 얼음물이나 액체얼음ice slurry(액빙)에 넣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무지개송어나 귀족돔, 큰입선농어, 찬넬메기와 같은 양식 어종에게 흔히 사용된다. 

체온이 높은 물살이일수록 공기 중에서보다 액빙에서 뇌기능이 정지되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상온(14℃)에 방치된 물살이는 뇌기능이 멈추는 데에 3분이 걸렸지만, 액빙에서는 9.6분이나 소요되었다. 이는 그만큼 물살이가 오래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얼음물/액빙에 투하된 물살이는 정상 수온의 물속에 비해 훨씬 둔한 움직임을 보이며, 짧은 시간 동안만 헤엄을 치다가 근육이 굳어서 마비된다. 

[방법3] 피를 빼서 과다출혈로 죽게 하기(방혈)
대서양 연어나 참치의 경우에는 사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방혈을 하는데, 이 과정이 물살이를 기절시키지 않고 이루어질 때가 많다. 

방혈은 주로 아가미를 칼로 잘라 내거나 맨손으로 힘을 주어 잡아 뜯은 다음 물에 넣어 피를 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절 과정이 없기 때문에 물살이는 아가미가 찢겨질 때 고통을 느끼게 되며, 30초 동안은 극렬한 저항을 보인다. 이후 뇌기능이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데까지 평균 4.5분이 소요된다. 

 

[방법 4] 이산화탄소 수용액에 넣어 죽이기

수산업계에서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녹인 바닷물에 물살이를 집어넣기도 한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수용액은 물살이를 마취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 연어들이 피를 빼기 전에 이산화탄소 수용액에 넣어진다. 

이산화탄소가 많이 포함될수록 물은 점점 더 산성을 띄게 된다. pH가 4.5에 이를 때까지 가스를 주입시키다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 때 물살이들을 퍼올려 탱크에 집어 넣고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잉어나 송어, 장어의 경우 이산화탄소 마취 과정에서 피부 점액을 더 많이 분비하는데, 이는 그만큼 이 과정이 따갑거나 고통스럽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산업계 내부 지침에 따르면 방혈을 하기 전에 최소 4~5분 이상 이산화탄소 수용액에 넣어 마취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물론 산소 결핍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개체들은 충분히 마취되는 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실제로는 2~3분이 지났을 뿐인데 움직임이 둔화되었다는 이유로 탱크에서 꺼내 피를 빼는 경우가 많았다. 

움직임의 유무와 고통 감각 상실의 정도는 동일하지 않다. 가만히 멈춰 있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움직임의 유무만으로 감각이 상실 여부를 판단해 아가미를 자르고 피를 빼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다시 움직임이 돌아오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찰되었는데, 이는 마취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통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증인들의 말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는 단순히 이산화탄소수로 연어를 고문하는 것을 넘어, 여기에 얼음까지 추가할 때도 있다고 한다. 사체에서 세균이 증식하거나 조직이 물러지는 것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물살이를 지극히 고통스럽게 하는 과정임은 분명해 보인다. 

[방법 5] 내장을 적출하여 죽이기

어선에서는 물살이를 기절시키지 않고 산채로 내장을 끄집어내 죽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로 양식 어종보다는 야생에서 잡은 물살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희생되는 물살이의 종류에 따라 적출하는 장기가 다양한 편이다. 예를 들어, 청어는 창자를 뽑아서 죽이며, 넙치류 생선은 창자뿐만 아니라 간을 끄집어내 죽이기도 한다. 대구는 내장을 통째로 들어내거나 심장을 적출해 죽이기도 한다. 

장기 적출을 당한 물살이들은 공기 중에서 질식하는 고통과 피가 빠져나가는 고통도 함께 겪게 된다. 장기가 적출된 후에 숨이 붙어 있는 시간은 장기 적출 이후의 처리 방식이나 물살이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청어나 대구와 같이 원양에 서식하는 물살이들은 20분 동안 살아 있을 수 있으며, 가자미와 같은 저서어는 40분까지 생존하기도 한다. 

 

[방법 6] 참수하여 죽이기

참수는 주로 장어와 같이 다른 방식으로는 죽이기가 까다로운 물살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장어는 어선 위로 퍼올려지고 난 다음에는 곧바로 머리를 통째로 잘라낸다. 장어의 심장은 뇌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머리를 치는 과정에서 심장이 함께 잘라지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장어는 머리가 잘리고 13분이 지날 때까지도 고통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방법 7] 치사량의 마취제로 죽이기

최근에는 정향유와 같은 유제놀이 마취제/진정제로서 물살이를 죽이는 데에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연어를 죽일 때 자주 사용하는 AQUI-S가 있다. 이 제품을 물에 풀고 연어를 집어넣으면 연어가 헤엄을 치는 운동력을 잃게 되며, 30분이 지나면 자극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이후에는 탱크에서 그물로 건져내서 때리거나 꼬챙이로 꿰어 죽이게 된다. 

이 물질이 정말로 물살이들의 감각을 마취시켜 이후의 고통스러운 도살 과정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AQUI-S는 고농도로 사용되면 사체에 잔류할 수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용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방법 8] 소금이나 암모니아 수용액에 절여서 죽이기

장어는 특히 죽이기 까다롭기 때문에 굵은 소금이나 암모니아 수용액으로 죽이기도 한다. 이 방식은 피부가 미끌미끌한 장어의 점액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호된다. 장어들은 소금 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격렬하게 움직이며, 이러한 탈출 시도는 30분까지 지속된다. 

이러한 도살 방식에서는 물살이가 고통 감각을 잃는 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움직임이 줄어든다고 해서 감각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움직임의 감소는 물살이가 장기간 몸부림친 끝에 근육이 지쳐서 발생한 것을 확률이 더 높다. 독일에서는 1999년 이후로 이러한 도살 방법을 금지했다. 

[방법 9] 완전히 산소를 제거한 물에 넣어 질식사시키기

물살이를 산소가 완전히 제거된 물에 넣어 죽이는 실험적인 방법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탱크에 물을 받은 다음 기체를 완전히 빼거나 산소를 질소나 아르곤과 같은 불활성 기체로 대체하게 된다. 

하지만 물살이가 빠른 시간 내에 고통 감각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산소가 충분히 제거된 물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물탱크에 물살이들을 넣으면 체내의 기체가 물에 녹아들게 된다. 이산화탄소 수용액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물살이들은 무산소 탱크에서 감각을 잃게되는 과정 내내 숨이 막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방법 10] 몇 분간 전기 충격을 가해 천천히 죽이기

전기 충격을 가해 물살이를 죽이는 방식은 덴마크에서 송어를 대상으로 많이 이루어진다. 이는 낮은 전압의 교류 전류를 사용하여 물살이를 산채로 몇 분간 지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물살이의 근육은 전기 자극으로 뻣뻣해지며, 이에 따라 퍼덕거림을 멈추게 된다. 

10분이 지나면 근육이 탈진되어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진다. 전기 충격은 물살이의 고통 감각을 없애지 못하며, 오히려 이렇게 전류로 몇 분간 살을 ‘튀기는’ 동안 극도의 고통을 유발한다. 

[방법 11] 물속에 전극을 넣고 감전시켜 죽이기(전류 어법)

이 방식은 담수 환경에 서식하는 물살이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물속에 전극을 넣고 전류를 흘려보내면 물살이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헤엄을 치게 되는데, 이 때 전기장이 강한 곳을 지나면 감전되어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면 업자들은 감전된 물살이들을 뜰채로 퍼 올린다. 

이 방식이 물살이의 고통 감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분명히 극심한 고통을 유발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사냥당한 물살이의 사체를 보면 몸에 강한 전류가 흐른 탓에 척추가 끊어져 있거나 심한 내부 출혈의 흔적이 발견된다. 

[방법 12] 몽둥이로 머리를 내리쳐서 죽이기

이는 연어나 넙치 산업, 혹은 레저 낚시꾼 사이에서 물살이를 죽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에서 물살이를 꺼내면 퍼덕거리지 않도록 몸을 움켜쥔 다음 몽둥이로 한 번이나 여러 번 머리를 힘껏 내리쳐 죽인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이 손으로 직접 행하는 살해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계도 발명되었다. 

강한 힘으로 정확하게 내리치면 한 번에 물살이의 목숨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극도의 고통을 유발할 것이다. 이 방식은 메기나 장어처럼 미끄러운 어류를 대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법 13] 수중에서 폭탄을 터뜨려 수압으로 죽이기

수산업자들은 물속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물살이들을 대량 학살하기도 한다. 폭발 지점과 가까운 지점에서 헤엄치던 물살이들은 강한 충격파와 수압으로 의식을 잃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살해당한 물살이들은 부레나 창자와 같이 공기가 차 있던 장기가 파열되며, 내부에 심한 출혈이 생긴다. 

폭발 지점에서 얼마간 떨어져 있던 물살이들은 곧바로 의식이 끊어지지 않으므로 심한 내부 손상과 고통을 오롯이 느끼게 되며, 얼마 못 가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방법 14] 뇌를 꼬챙이로 찔러 죽이기

이는 물살이의 머리 위쪽을 꼬챙이로 찔러 뇌를 관통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참치와 같이 몸집이 크고 비싼 값에 판매되는 물살이들을 죽이기 위해 발명되었지만, 최근에는 연어를 대상으로도 사용된다. 뇌를 찌른 다음에 막대나 와이어 등을 집어넣어 척수의 윗부분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곧바로 의식을 잃겠지만, 뇌의 위치를 나타내는 해부학적 표시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개체나 종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물살이가 한 번에 의식을 잃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또한 물살이가 움직이며 저항하고 탈출을 시도하기 때문에 매번 정확하게 뇌를 찌르기 쉽지 않다. 게다가 물살이의 뇌는 대체로 작은 편이다.

[방법 15] 총으로 머리를 쏴서 죽이기

호주나 스페인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참치와 같이 큰 물살이를 갈고리로 끌어올린 다음 머리를 12구경 산탄총이나 0.357 매그넘 리볼버로 쏴서 죽이기도 한다. 정확하게 조준한 경우에는 바로 의식을 잃겠지만, 총을 발사할 때 발생하는 굉음이 다른 물살이들의 격렬한 움직임과 탈출 시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공포를 유발하는 잔인한 도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방법 16] 전기 충격을 가해 기절시키기

이는 물탱크에 물살이들을 넣은 다음 50Hz의 교류 전류를 흘려보내 즉각적인 의식 상실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의식을 곧바로 잃는다고 하므로 그나마 물살이의 고통을 줄여주는 ‘인도적’인 방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덩치가 큰 물살이의 경우에는 전류의 세기가 즉각적인 기절을 일으킬 만큼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전류가 흐르는 동안에는 움직임이 멈췄다가도 전류가 멈추면 격렬한 저항과 고통 반응을 보이게 된다. 

전기 충격을 당한 물살이들은 기절을 하더라도 계속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한다. 장어의 경우에는 한 번에 의식을 잃지 않고 5분 동안 매우 강한 전류를 흘려야 고통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물살이들은 물탱크에 전류가 흘러 ‘튀겨지는’ 동안 근육이 바짝 수축하게 되며, 내부 장기에 출혈이 생긴다. 최근 연구 중에는 더 강한 전류를 흘리거나 머리에만 집중적으로 전기를 흘린다면 내부 출혈을 줄여 사체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Methods used to kill fish: field observations and literature reviewed> 
D. H. F. Robb & S. C. Kestin
Animal Welfare 2002, 11: p.p. 269-28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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