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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비자림로 확장 공사 중단을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 [비자림로공사중단챌린지]

서서재 2023. 2. 7. 20:51

지난 주 목요일, 저는 제주도 비자림로에 다녀왔습니다. 비자림로 공사 중단 챌린지를 이어 받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 그동안 챌린지에 참여하지 못했던 부채감을 무겁게 안은 채였죠.


현장에 가보니 곳곳에는 전기톱으로 난도질당한 나무들이 시체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찢어진 나무 조각들이 마치 살점처럼 보였고, 다 뒤집어엎어진 흙 위로는 벌써 도로 포장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무효 재판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새벽에 기습적으로 시작된 벌목의 현장이었죠.

사실 비자림로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습니다. 막히는 도로가 아닌데도 도로를 확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순으로 범벅되어 있는 이 공사가 무수히 많은 반대와 세 번에 걸친 공사 중단에도 다시 강행되는 이유에는 어떤 흑막이 있을까요?


2018년에 작성된 <제주도 구국도 도로건설/관리계획>을 보면 비자림로가 제주시와 제2공항을 잇는 연계도로라고 나와 있습니다. 비자림로 공사는 단순한 도로 확장 공사가 아니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물밑 작업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에서 수립한 ‘제2공항 군사기지화’ 시나리오에는 국내 핵무기 배치 시 제주도가 최적지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 제2공항 건설 시 미국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를 건설하고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죠. 전 제주도지사 원희룡이 장관으로 있는 국토부는 제2공항이 순수 민간공항으로 건설·운영될 계획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 말을 누가 순진하게 믿을까요?

현재 비자림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로 확장 공사’는 제2공항 건설을 위한 전초 작업이자 제주도의 군사기지화를 염두에 두고 강행되는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비자림로에서 강행된 기습 벌목은 빙산의 일각일 것입니다. JTBC에서는 비자림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보도했지만(22.12.30), 이 일은 안타까운 결말로 매듭지어진 게 아니라 지금 막 매듭이 풀린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비자림로에서 시작된 생태학살이라는 산불은 마른 건초더미에 붙은 불처럼 인근 지역으로 번져나가 연쇄적으로 숲을 지워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의 무관심은 더 큰 불로 이어지는 매개가 될지도 모릅니다. 잠깐의 시간을 내서 잠시 시선을 돌려 비자림로를 보면 어떨까요? 우리 한 명 한 명이 무관심의 자리에서 한 발짝 빗겨 선다면 이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생태 학살의 연쇄를 끊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 탈석탄법 청원 동의에 만 명이 모이는 데에 3주가 걸렸지만 SNS로 열심히 목소리를 합친 덕분에 마지막 이틀 동안 3만 명이 서명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비자림로 공사 중단 챌린지도 우리 한번 힘을 모아 보아요!


🌲덧)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1위에 꼽힌 비자림로는 제주도 중산간 이하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생물다양성 핵심지역으로,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서식지입니다. 하지만 제주도청에서는 현행 왕복 2차로의 9m 너비 차도를 22~27m 너비의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벌였습니다. 제주도청은 비자림로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을 대체서식지로 옮기면 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공상일 뿐입니다. 숲을 없애고 야생 생물들을 학살하면서, 인근 승마장에 있는 말들에게는 공사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방음벽을 설치하고 공사한다는 점이 참 웃깁니다. 차량 이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로를 확장한다는데, 이렇게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과속방지턱을 설치하여 속도를 줄이고 소음과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이고 로드킬을 방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성냥 사진 ⓒ Juan Delcan & Valentina Izaguirre

[비자림로 공사 중단 챌린지 동참 방법]
1. 비자림로 또는 나무/숲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 함께 챌린지를 이어갈 3명을 지목해주세요.
3. #비자림로공사중단챌린지 #비자림로를지켜주세요 해시태그를 '꼭' 붙여주세요.

태그한 분들 외에도 챌린지에 함께하고 싶으신 분은 자유롭게 참여하셔도 됩니다! 짧거나 긴 글, 사진, 릴스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비자림이나 숲에 관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