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Yesterday’s Man: The Case Against Joe Biden
가제: 『조 바이든 - 그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저자: Branko Marcetic
출판사: Verso
원서 페이지 수: 288쪽
분야: 사회과학 > 정치 비평/칼럼, 전기/평전 > 정치인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20년 3~5월)만 하더라도 국내에 바이든에 관한 책이 한 권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 온라인 서점에 ‘바이든’을 검색하면 어림잡아 관련 서적이 열 권 정도는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바이든 관련서를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이 책이 국내 서점가에서 어떻게 포지셔닝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이든을 분석하는 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은 2020년 1월이지만, 대표적인 정치인을 매개로 해서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저자의 통찰력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됩니다. 미국 정치에 관한 분석서이기 때문에 한국 독자들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 내용도 많을 듯하지만, 그래도 신자유주의의 보편성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서론의 내용을 발췌 번역하여 첨부하니 한번 읽어보세요^^
요약 (서론)
- 복지국가(루즈벨트, 뉴딜)가 해체되고 80년대(레이건) 이후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미국인의 삶은 심각하게 안 좋아졌다. 이것이 트럼프와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 따라서 트럼프와 극우 포퓰리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단절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
- 그런데 원로 정치인이자 민주당 대선 경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2020년 12월 현재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도 요원(집필 시점에서 저자는 바이든이 힐러리의 한계를 공유한다고 보았음)하거니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 바이든은 커리어 내내 신자유주의의 기수 역할을 했으며,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많이 수용하는 데에 기여했다. 바이든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며 자주 공화당과 손을 잡아왔다.
- 바이든은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중산층을 대변하며, 그가 대표하고 싶어 하는 중산층이란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보수 성향의 유복한 백인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자주 유색인종을 자주 희생하였으며, 오늘날 유색인종을 대거 수감시키는 형사 시스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 결과적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더 멀리 나아가게 될 것이며, 극우 포퓰리스트의 득세는 심화될 것이다.
I. 트럼피즘의 배경: 복지국가(루즈벨트)에서 신자유주의로(레이건)
[…] 바이든의 커리어는 뉴딜 체제가 극단적인 우파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시대의 전환을 맞이한 시기에 걸쳐 있다. 1930년대 이전까지 수십 년간 미국은 계급 갈등과 불평등이 심해지고 부와 권력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집중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12년에 걸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임기를 거치면서, 기업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나라였던 미국은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완전하고 정의롭게 그 변화를 달성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사회·경제·정치적 권리들을 보장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나라가 되었던 것이다. […]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에도 루즈벨트가 닦아놓은 질서에서 대체로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 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
이 암묵적인 합의에 처음으로 큰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다. 이 시기에 있었던 베트남 전쟁과 시민권 운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뉴딜 체제의 질서를 해체했다. 베트남 전쟁은 대중적인 소요를 낳았고, 이와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민주당과 미국 정부에 환멸을 느끼는 결과를 불러왔다. 시민권 운동은 계속해서 승리를 거뒀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종주의자들이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하여 공화당의 품으로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존 질서에 생겼던 균열은 1970년대에 더욱 벌어졌다. 베트남 전쟁이 계속되면서 사회가 여전히 혼란스러웠으며, 경제 위기가 점점 심해지고 보수주의가 더욱 부상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 백인들은 자신들의 존재 기반을 제공했던 뉴딜 체제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 1930년대에 자리 잡았던 진보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점차 자리를 빼앗긴 시점이 바로 이때였다. 루즈벨트의 당선이 기존과 완전히 다른 시대의 시작을 알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1980년에 로널드 레이건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그 방향은 정반대였다. 루즈벨트가 뉴딜 체제 안에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국가 권력을 사용했다면, 레이건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문을 열었다. 레이건은 세금을 줄이고 시장과 사람들의 삶에 정부가 덜 “개입”하도록 하면서 폭넓은 친기업 정책을 펼쳤다. […] 기업과 억만장자는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힘을 점점 더 많이 가지게 되었고,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던 정부 정책들은 단순히 생존을 보장하던 것들마저 축소되고 분해되었다. 이런 식으로 신자유주의의 도입과 함께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인의 삶이 나빠졌다. 어떤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도전하여 신자유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보려고 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수는 점점 줄었고 주변부로 밀려나고 말았다.
II. 2016 대선, 대안(힐러리)의 실패와 미국의 우경화(트럼프)
힐러리 클린턴은 드러내놓고 선거운동의 목표를 교외 지역의 부유한 유권자들에 맞추었다. 이들은 수십 년간 공화당의 지지 기반을 형성해 온 집단이었다. 한편 그녀는 대부분의 엘리트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결점을 공유하였기에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노동자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백인이 아닌 미국인을 희생시키는 인종차별적 정책들을 옹호했으며,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낭비한 호전적인 외교 정책을 주장했으며, 일관된 정치 원칙 또한 결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 활동을 통해 가족의 금고를 채운 부패 전력이 있었다.
이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는 이전 공화당 후보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체제 전반에 퍼져 있는 정치인들의 부패를 비판했고, 해외에서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으며, 노동자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하는 자유 무역을 공격한 데다가, 노동자 계층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이에 관해 아주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이 모든 것에 대해 진심이 아니었으며 당선되고 나서 이전에 했던 약속을 저버릴 작정이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었다.
III. 조 바이든 - 그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을 붙잡고 생각을 물으면 민주당의 많고 많은 후보 중 누가 이 악몽을 끝내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지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 사람은 아마도 부통령을 지냈던 조 바이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9년 4월에 경선에 뛰어든 이후부터 계속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사람이 바이든이기 때문이다.
많은 진보주의자는 도널드 트럼프를 권력에서 몰아내기만 하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와 그를 닮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애타게 바라고 있는 바로 그 ‘정상’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그 정상 상태가 점점 더 적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이 명확히 밝힐 수 있길 기대한다.)
또 한 번 트럼프가 등장하지 않는 정상 상태로 미국을 되돌려 놓기 위해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투표소에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거두어 그를 백악관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늘날 미국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에 근본적 단절을 가져옴으로써 애초에 트럼프가 등장할 수 있었던 조건을 해결하거나 개선하는 것이다. 촉망받는 원로 정치인이자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은 이 중 두 번째를 하지 않을 사람이며 첫 번째 또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조 바이든은 나쁘거나 악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국면에서 바이든이 선택을 내리고 정치적 교훈을 얻은 방식은 그가 트럼피즘(Trumpism, 도널드 트럼프를 중심으로 표출되는 미국의 포퓰리즘적 극우 민족주의 현상 등을 총칭 - 옮긴이)과 싸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처음부터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었던 바로 그 조건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 바이든은 오늘날의 인종차별적인 대량 수감 시스템를 설계한 당사자 중 한 명이었으며,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희생시킬 수 있음을 커리어 내내 보여주었다. 많은 민주당 유권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떨어져 나갔지만, 바이든은 초창기부터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사람이었으며 민주당이 더욱 신자유주의 노선을 채택하도록 밀어붙여왔다. 전쟁에 지친 대중들이 등을 돌렸던 힐러리의 호전적 강경 노선은 바이든의 외교 정책에서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바이든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만물상이 되려고 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전략만을 구사한다. 또한 힐러리나 트럼프에 견줄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이든도 자신을 지원하는 돈 많은 이들과 기업의 지시를 따르는 경향을 보이며, 자신의 정치적 인맥을 이용하여 친족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 경제적 계급 이익에 기반하여 접근한다면 인종과 젠더, 종교 등의 경계를 가로질러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음에도 바이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노동자 계급과 부유하고 힘 있는 자들 사이에서 ‘존재하지 않는 중간 지대’를 찾으려 하면서 결국 가진 자들의 손을 들어줄 때가 많았다. 바이든은 대담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반대편 우익의 입장을 거울처럼 수용하면서 자신의 정치 커리어를 채워왔다. 그는 당파를 초월하여 합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진지하게 믿으면서 누차 공화당과 손을 잡으며 자신들만 누릴 수 있는 이익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뉴딜 정책이 남긴 유산은 해체됐다. 한편 바이든은 지난 수십 년간 범죄나 마약, 테러 등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패닉에 빠진 우익 집단의 분위기에 휩쓸렸고, 이 때문에 공화당보다 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 이 모든 일이 “중산층”을 대표한다는 미명 하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바이든은 중산층을 교외 지역에 살며, 대체로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가진 백인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만 자신의 정치적 성공이 달려 있다고 여긴다.
[…]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은 트럼프 때보다도 우경화의 길로 더 큰 보폭을 내디딜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바이든이 반대편을 달래기 위해 그들의 정치적 목표를 수용하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이것이 바이든이 정치를 하는 방식이자 그가 8년 동안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보여준 대표적인 모습이다), 극우 포퓰리스트들에게 딱 맞춘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바이든이 자신의 커리어 내내 해온 일이다.
※ 발췌한 내용의 순서는 원문과 다르며 부제는 제가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 국내 번역서가 출간될 시 해당 포스트의 번역문은 사전 공지 없이 미공개 처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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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뉴스가 반영된 저자의 분석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이든 저격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네요.
https://www.jacobinmag.com/author/branko-marcetic
https://inthesetimes.com/authors/branko-marcetic
Branko Marcetic
Branko Marcetic is a staff writer at Jacobin magazine and a 2019-2020 Leonard C. Goodman Institute for Investigative Reporting fellow. He is working on a forthcoming book about Joe Biden.
inthese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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